“친구들과 산속에 있는 백숙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왔어요.”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통산 상금 50억원 고지를 처음으로 정복한 장하나(29·사진)가 ‘대기록 달성 파티’로 백숙 만찬을 즐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파주 서서울CC에서 11일 개막하는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총상금 8억원)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상금을 직접 관리한 적이 없다”며 “스스로 물질적으로 상을 주는 편은 아니다. 대신 평소 먹지 못했던 비싼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장하나는 지난 6일 끝난 롯데오픈에서 시즌 첫 승이자 국내 14승째를 신고하며 정규투어 통산 누적상금 50억원을 넘어섰다. KLPGA 투어 최초 기록이다. 지난달 30일 끝난 E1채리티오픈에서 3위를 했을 때도 통산 상금 50억원을 넘어섰으나 당시에는 1, 2부 투어 상금을 모두 합친 액수였다. 장하나는 “50억원이라는 기록을 우승과 함께 맞이해 더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장하나는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시즌 2승이자 통산 15승을 달성할 기세다.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박현경(21)과 조정민(27), 박민지(23)도 한목소리로 장하나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박현경은 “(장)하나 언니가 지난해 말부터 정말 잘 쳤는데 코스에 바람이 불건 비가 오건 항상 정상급 경기력을 보여준다”며 “대부분의 선수가 한 가지 구질을 구사하는데 하나 언니는 드로와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칭찬했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조정민도 “(장하나가) 항상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생각된다”고 거들었다.

후배들의 우승 후보 지목에 장하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후배들이 원로 대우를 해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아이언 샷이 정말 잘되는 편이긴 하다”며 “하지만 완벽할 때 나오는 게 실수다. 이번 대회에선 그런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하나는 평소 우승 세리머니를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주 롯데오픈에선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카메라 앞에서 춰 화제를 모았다. 장하나는 “대회 시작 전에 우승 세리머니를 따로 준비하는 건 아니다”며 “이번 대회 우승 세리머니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제 나이도 먹어가는 만큼 ‘춤 세리머니’를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는 2019년엔 울산 보라CC에서 열렸으나 올해 서서울CC로 대회장을 옮겨왔다. 대부분의 선수가 서서울CC에서 경기한 경험이 없는 만큼 변수로 가득하다.

장하나는 “코스 전장이 길기 때문에 타수를 지킬 땐 확실히 지키고 기회가 오면 꼭 타수를 줄여야 한다”며 “끝까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시즌 2승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