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루프탑' 시사회…"90년대생 게이, 10대때 성 정체성 고민 끝내"
김조광수 감독 "유쾌하고 밝은 퀴어영화 만들고 싶었죠"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 퀴어 영화는 정체성 때문에 주인공이 고민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제가 두 번째 영화를 만든다면 유쾌하고 밝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김조광수 감독이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을 관객 앞에 내어놓으며 밝힌 연출 의도다.

청춘 게이들의 이야기를 어둡기보다는 밝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7일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메이드 인 루프탑'을 청춘과 사랑에 방점을 찍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3년간 만난 남자친구에게 가짜 이별 통보를 했다가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난 취준생 하늘(이홍내)이 BJ로 활동하는 친구 봉식(정휘)의 집인 옥탑방에 살게 되면서 각자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김조 감독은 "(첫 영화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찍고 나서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90년대생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90년대생 게이들은 10대 때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 짓고, 20대에 넘어가서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인생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조 감독은 2013년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와 공개 장소에서 동성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레인보우팩토리는 이 영화의 제작사다.

시나리오를 쓰고 정연 역으로 연기에도 도전한 염문경 작가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꽃을 피워낸 청경채를 통해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염 작가는 "다이소에 가면 천 원짜리 상추, 제비꽃 등의 씨앗을 파는데 참 볼품이 없다.

씨앗도 조그맣고 흙도 엉망인데 거기서 자라는 식물을 보면 이상하게 위로가 될 때가 있다"며 "'애가 제대로 크면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 드는데 봉식이도 그런 마음이 들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 "유쾌하고 밝은 퀴어영화 만들고 싶었죠"
출연 배우들 역시 영화에 청춘들이 공감할 내용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하늘 역을 자처했다는 이홍내는 "대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 공감이었다"며 "하늘이가 자전거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 또한 20대 때 배우라는 꿈을 안고 있었지만, 연기하는 시간보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재미도 있었지만, 애틋했다"고 말했다.

봉식을 연기한 정휘 역시 "봉식이는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데, 이런 청춘들의 마음은 어떻게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며 " 청춘들의 아픔이 담겨있는 봉식을 연기하면서 공감이 됐다"고 전했다.

오는 23일 개봉. 상영시간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