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애 요리연구가  "밀키트로 10분 만에 김치 담가먹어요"
김치도 밀키트로 담가 먹는 시대가 왔다. 절임배추와 김치 양념부터 김치통까지 한 묶음으로 배송된다. 소비자는 배추에 양념을 발라 김치통에 넣기만 하면 10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

밀키트 김치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사람은 요리연구가 홍신애 씨(45·사진)다. 홍씨는 사라져가는 김장 문화를 지키고 싶어 밀키트 김치를 기획했다. 그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식품으로 안다”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한국의 김장 문화를 다음 세대에도 전하고 싶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홍씨는 발효 식품인 김치를 발효하지 않고 먹는 식문화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치가 발효 식품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김치를 사먹기 시작하면서 발효가 안 된 김치를 먹는 게 당연시됐다”고 했다. 맛이 덜 든 김치를 먹다 보니 ‘김치는 맛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김치를 찾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밀키트 김치는 이 두 가지를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와 함께 김치 담그기를 체험하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홍씨는 “직접 담근 김치이다 보니 사먹는 김치보다 소비자의 애정이 더 크다”며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중국산 ‘알몸 김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밀키트 김치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나고 있다.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김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홍씨는 “이번 기회에 믿을 수 있는 재료로 김치를 담가 먹는 문화가 다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신애표’ 밀키트 김치는 평소 접하는 일반 김치와는 다른 이북식 김치다. 남도식 김치와 달리 김치를 버무려 김치통에 담은 뒤 고기 육수를 붓는다. 고기 육수와 함께 숙성된 김치는 일반 김치에 비해 시원한 맛이 더 강조된다. 육수는 김치찌개나 김치말이국수를 만들 때 사용할 수도 있다. 그는 “평양이 고향인 집안 어르신의 김치 비법을 그대로 옮겼다”며 “젓갈 맛보다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을 살린 요리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