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기온 영하 곤두박질, 잦은 비 겹쳐 낙과율 60%

"새파란 빛깔로 자라야 할 사과 열매가 누렇게 말랐어요.

가지를 조금만 흔들어도 우수수 떨어지니 올해 농사는 망쳤어요"
"누렇게 마른 사과 우수수" 충북 사과밭 냉해 후유증 심각
충북 보은에서 수십 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요즘 밭에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앞선다.

새파랗게 자라야 할 사과 열매가 생기를 잃고,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 불어닥친 '꽃샘추위'로 냉해를 입은 탓이다.

이씨는 "몇 해 전에도 저온 피해를 봤는데, 이번 같지는 않았다.

성한 사과 열매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피해가 크다"고 낙담했다.

냉해 후유증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농가마다 씨알 굵은 열매를 얻기 위해 알 솎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남겨둔 열매가 누렇게 변하면서 떨어지는 사례가 많아 농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7일 보은군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지난 4월 13일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주의보는 사흘째인 15일 오전 10시까지 지속됐는데, 마지막 날 새벽 수은주가 영하 0.5도까지 떨어졌다.

한창 꽃이 피던 사과가 직격탄을 맞았다.

냉해 입은 사과의 낙과가 이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지난달 말까지 끝내려는 피해조사를 이달 10일까지 연장했다.

보은군이 11개 읍·면을 통해 조사한 낙과 피해 면적 역시 지난달 말 250㏊에서 이날 오전까지 40㏊가 추가됐다.

피해 농가는 무려 379곳에 달한다.

이 지역 사과 재배 농가가 600여 곳이니 절반이 넘게 피해 본 셈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기온이 한때 영하로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저온과 고온이 반복됐고 비가 자주 내리면서 수정된 열매마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왕진 보은군 사과협의회 회장은 "모든 품종의 사과에서 피해가 발생했지만 유독 홍로 품종이 심하다"며 "불순한 날씨 탓에 낙과율이 60%에 달하는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서 낙과 피해가 보은뿐이 아니다.

농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충주와 괴산, 옥천 등에서도 마찬가지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솎아내기를 채 끝내지 않은 농가에 대해 그 시기를 조금 늦춰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솎아내기 시기를 늦추면 저온 피해가 나지 않은 열매를 찾아 일정부분 남겨 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상 저온으로 인한 낙과 피해를 현시점에서 막을 도리는 없지만 내년 농사를 생각해 병해충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북도는 낙과 피해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농약대와 대체 작물을 심는 데 쓸 대파대를 해당 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