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생활하며 노동력 착취도…법원 "피해자들, 피고인 요구 저항 못 하던 처지"
자신을 교주로 맹신하는 여성들을 성폭행한 죄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70대 남성의 항소가 기각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종교집단을 이끌었던 A(78)씨는 2015∼2019년께 충남 한 주택 등지에서 자신을 따르는 여신도 5명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

그는 충남 태안과 전남 무안에 문구용품 생산공장과 기숙사 등을 차린 뒤 피해자들을 일하게 하며 이곳에서 숙식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생활했던 피해자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신도들에게 종교적으로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사실은 2019년 말 피해자들이 종교시설에서 나와 광주·전남지역 인권단체에 인권침해·노동력 착취·성폭행 등 피해를 호소하며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형사1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상습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피고인을 신적인 존재로 여기던 피해자들은 피고인 행위를 성폭행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피고인 요구에 저항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의 양형부당 등 주장 요지를 살핀 대전고법 형사1부(백승엽 부장판사)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지난달 28일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