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글에서 2차 피해 호소…음해성 소문 돌았다고 토로
최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직 공무원이 4년 전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을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실을 토로하며 2차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숨진 피해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30대 여성 A씨는 2017년 11월 10일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팀 전체 회식 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며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XX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다음날 바로 상사의 사과를 요청했지만 기관장이 '증거가 있느냐'거나 '과장이 너를 아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 고소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 A씨가 남긴 10개가량의 관련 글에는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나 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직장 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캡처를 올리며 자신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1년 뒤인 2018년 9월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쓴 게시글에는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주위 사람은 절 떠났고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는 호소가 담겼다.

A씨는 글을 통해 "상사의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받고 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면서 격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갔어야 하나 자책한 적도 많고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직 세무서 공무원인 A씨는 2017년 9월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상사인 B씨로부터 추행 피해를 본 뒤 직장을 그만뒀으며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상사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