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추락 50대 누구도 발견 못해 밤새 방치…생일날 주검으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족들 "조금만 일찍 발견했다면"…공사장 안전관리 구멍·경찰 대처 미흡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머리를 다친 이 노동자는 공사 현장 안전관리자를 비롯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방치되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생일날 벌어진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 추락한 노동자 다음날 발견…구멍 난 안전
4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A(58) 씨가 계단에 놓인 1∼2m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했다.
A씨는 계단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를 다친 A씨는 일어나지 못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건물 계단에 쓰러진 A씨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공사 현장에 쓰러진 채 홀로 방치된 A씨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께 가족·지인의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을 찾아간 동료 노동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A씨는 머리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됐다면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A씨의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실제 공사 현장을 수시로 돌아보며 안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안전 관리자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지 않았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설사 측은 공사장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A씨가 공사장에서 퇴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사장 문을 닫기 전 안전관리자 또는 경비원들이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사 측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닿은 간부급 관계자는 "딱히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신명근 노무사는 "건설 현장은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에 작업이 끝난 이후에 건설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사측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딸도 "안전 수칙들만 지켰어도 아버지랑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가 자기 임무만 다했어도 제가 아버지의 생신날을 기일로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형사 처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검 결과와 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의 종합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우려가 현실로…유족들 망연자실
사실 A씨의 유족은 사고 당일부터 A씨가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A씨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 대신 매일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오는 손자를 마중 나갔는데, 하원 시간이 지나도록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던 A씨의 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가 갈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자 당일 오후 8시 15분께 실종 신고를 냈다.
분명 공사장에서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A씨가 일하는 공사 현장이 정확히 어디인 줄은 알지 못했다.
딸은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의 출근 시각과 출발 장소, 차량 번호를 알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공사 현장을 찾아가 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경찰 직원은 "CCTV는 인도만 비출 뿐 차량 추적이 어렵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딸은 직접 수소문을 하다 아버지의 지인으로부터 "쌍촌동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이 말을 믿고 쌍촌동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지만, A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쳐서 쓰러져 있을 수 있다"며 공사 현장 내부를 수색해 달라는 요청엔 "문이 잠긴 공사 현장을 임의로 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A씨의 딸은 다음날 오전 A씨가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쌍촌동이 아닌 화정동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A씨의 딸은 "CCTV로 차량을 찾고, 공사 현장을 수색하는 건 민간인인 우리가 할 수 없으니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 아니냐"며 "안된다고만 할 거면 실종 신고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늦은 시각이라 민간 CCTV를 확인하는 게 어렵고, 관제센터 CCTV는 방범용이어서 도로만 찍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한 것"이라며 "휴대전화 위치가 추적된 화정동과 가족이 진술한 쌍촌동 주변 건설현장을 면밀히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머리를 다친 이 노동자는 공사 현장 안전관리자를 비롯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홀로 방치되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생일날 벌어진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 추락한 노동자 다음날 발견…구멍 난 안전
4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A(58) 씨가 계단에 놓인 1∼2m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했다.
A씨는 계단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기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 높은 곳에서 추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를 다친 A씨는 일어나지 못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건물 계단에 쓰러진 A씨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공사 현장에 쓰러진 채 홀로 방치된 A씨는 다음날 오전 6시 30분께 가족·지인의 연락을 받고 급히 현장을 찾아간 동료 노동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A씨는 머리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됐다면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A씨의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실제 공사 현장을 수시로 돌아보며 안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안전 관리자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지 않았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설사 측은 공사장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A씨가 공사장에서 퇴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사장 문을 닫기 전 안전관리자 또는 경비원들이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사 측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닿은 간부급 관계자는 "딱히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신명근 노무사는 "건설 현장은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에 작업이 끝난 이후에 건설 현장에 사람이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사측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딸도 "안전 수칙들만 지켰어도 아버지랑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은 있었을 것"이라며 "회사가 자기 임무만 다했어도 제가 아버지의 생신날을 기일로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형사 처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검 결과와 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의 종합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 우려가 현실로…유족들 망연자실
사실 A씨의 유족은 사고 당일부터 A씨가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A씨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 대신 매일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오는 손자를 마중 나갔는데, 하원 시간이 지나도록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던 A씨의 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가 갈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자 당일 오후 8시 15분께 실종 신고를 냈다.
분명 공사장에서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A씨가 일하는 공사 현장이 정확히 어디인 줄은 알지 못했다.
딸은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의 출근 시각과 출발 장소, 차량 번호를 알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공사 현장을 찾아가 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경찰 직원은 "CCTV는 인도만 비출 뿐 차량 추적이 어렵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딸은 직접 수소문을 하다 아버지의 지인으로부터 "쌍촌동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이 말을 믿고 쌍촌동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지만, A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쳐서 쓰러져 있을 수 있다"며 공사 현장 내부를 수색해 달라는 요청엔 "문이 잠긴 공사 현장을 임의로 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A씨의 딸은 다음날 오전 A씨가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쌍촌동이 아닌 화정동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A씨의 딸은 "CCTV로 차량을 찾고, 공사 현장을 수색하는 건 민간인인 우리가 할 수 없으니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 아니냐"며 "안된다고만 할 거면 실종 신고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늦은 시각이라 민간 CCTV를 확인하는 게 어렵고, 관제센터 CCTV는 방범용이어서 도로만 찍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한 것"이라며 "휴대전화 위치가 추적된 화정동과 가족이 진술한 쌍촌동 주변 건설현장을 면밀히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