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 "푸퉁화에 법적지위 부여, 시험에 포함" 제안
중국이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중국에서 사용하는 표기법인 간체자(簡體字)와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만다린)의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번체자(繁體字)와 광둥화(廣東話·캔토니즈)를 사용한다.

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교육부는 '중국언어문자사업발전보고서'를 통해 홍콩이 간체자와 푸퉁화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현지 시험 체계에 푸퉁화가 포함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내용은 해당 보고서 내 '웨강아오 대만구'(Greater Bay Area) 언어생활상황보고' 부문에 실렸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광저우, 선전, 둥관, 후이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 뜻한다.

중국 교육부는 웨강아오 대만구 지역에서 국가 공통의 언어와 문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조화로운 언어 생활을 조성해 언어와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이 광저우와 함께 푸퉁화 홍보에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참여한 광저우대 궈시(郭熙) 교수는 "푸퉁화 교육의 학습 동기를 강화하도록 푸퉁화가 평가 시스템에 통합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콩 교육부는 이미 초중고에서 푸퉁화를 배우는 수업과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의 일반 초중고 수업은 번체자와 광둥화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말하기를 중심으로 푸퉁화를 별도의 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다.

교과서 등 간행물은 물론이고, TV 뉴스 자막이나 상점의 간판 등에는 대부분 번체자가 사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홍콩인은 이날 연합뉴스에 "홍콩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푸퉁화 말하기를 배우고 간체자는 따로 배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간체자 간판을 달 경우 사람들이 중국 회사라고 생각해 싫어한다"며 "아직까지는 대부분 번체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수년전부터 간체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에는 민영방송사 TVB가 푸퉁화 뉴스 프로그램의 자막으로 간체자를 사용하기 시작하자 단시간 내 1만 건의 항의가 밀려들었고, 방송사 앞에서 시위도 벌어졌다.

TVB는 이전까지 광둥화 뉴스뿐만 아니라 푸퉁화 뉴스에도 번체자 자막을 사용했다.

번체자는 대만과 함께 홍콩에서 영국 식민지 통치 기간을 포함해 지난 170여년 간 사용돼온 한자 정자 표기 방식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한자 표기에 이 방식이 쓰인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중국 교육부의 이번 제안은 2019년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홍콩 교육 시스템이 변화되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데 이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