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단계적 사업 폐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매자와 은행 직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각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사업을 청산하는 수순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씨티은행 노조는 “몇 년이 걸려도 전체 매각이 아니면 안 된다”며 대규모 쟁의를 예고해 갈등이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3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매각 관련 논의를 했다. 씨티은행은 이사회 후 “복수의 금융회사가 소비자금융 사업 인수의향서를 냈다”고 밝혔다. 매각 공식화 초기 전망과 달리 대형 금융사 두세 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씨티은행이 우선순위로 추진했던 ‘통매각’은 어려울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인수 의향을 밝힌 금융사들이)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선의 매각 방안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씨티은행의 고비용 임금구조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8.4년으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다. 그만큼 평균 연봉이 높은 데다 대부분 은행이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 유지하고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사회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당행의 인력 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이는 당행과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이 단계적 폐지를 거론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단계적 폐지는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사로 자산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청산하는 방식이다.

씨티은행 경영진은 또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고객과 직원 모두의 이익에 반한다”며 “7월 안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으로서는 가격보다 신속한 퇴장이 더 관건”이라며 “사업 폐지는 직원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인 만큼 노사 간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부분 매각이나 사업 폐지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