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OS 독립 선언식'…"독자 생태계 구축이 성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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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 없어 새 스마트폰 대신 '재탕폰'에 탑재해 출시
미중 신냉전 속 '중국 특색 OS' 등장…기술 분야 탈동조화 상징 미국의 고강도 제재 대상인 화웨이(華爲)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와 결별하고 독자 개발한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을 쓰기로 하면서 세계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 등 미국 회사 주도 진영과 화웨이가 중심이 된 중국 진영으로 갈라지게 됐다.
화웨이는 쉬운 사물인터넷(IoT) 연결 성능 등 새 OS의 기능적 장점을 내세우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화웨이가 독자 생태계 구축이라는 냉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화웨이는 2일 밤 온라인 행사를 열고 '훙멍2'와 이 OS를 탑재한 일부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화웨이의 'OS 독립 선언식'의 성격이 강했다.
지난 2018년 8월 화웨이는 훙멍의 첫 공개 버전인 '훙멍1'을 내놓고 스마트TV 제품에 처음 탑재했지만 핵심 소비자 제품인 스마트폰에는 계속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한 EMUI가 깔렸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까지 적용되는 훙멍2를 발표한 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완전히 결별하고 훙멍을 근간으로 한 새로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안팎에 선포한 행위로 볼 수 있다.
훙멍의 전면 등장은 미중 신냉전 시대 기술 분야 탈동조화(디커플링) 움직임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화웨이가 훙멍을 띄운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2019년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구글모바일서비스(GMS)가 제공되는 온전한 기능의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었다.
이는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외면받는 중요 요인이 됐다.
화웨이는 전날 행사를 통해 훙멍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점이 있다고 선전했다.
특히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 기기의 쉽고 원활한 연결 기능을 특히 부각했다.
발표 행사의 시연 영상을 보면, 훙멍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통해 같은 OS가 깔린 스마트TV, 태블릿PC, 인공지능(AI) 스피커, 무선 이어폰, 냉장고, 전자레인지,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들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통제 화면에서 TV 모양 아이콘을 중앙의 스마트폰 모양 아이콘으로 끌어와 붙이는 한 번의 조작만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곧바로 스마트TV로 넘길 수 있었다.
또 전자레인지 같은 IoT 기기를 연결할 때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해당 기기에 가볍게 접촉하면 됐다.
또 스마트폰에서 연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그대로 훙멍이 깔린 PC나 태블릿PC로 끌고 가듯 한 번에 이동시켜 작동시킬 수도 있는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안드로이드 체계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왔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의 지위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화웨이는 시작부터 더욱 넓은 사물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차이점으로 부각된 연결성 기능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훙멍의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나 iOS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훙멍의 시장 안착 여부는 기능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독자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쏠림 현상이 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용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독자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나 블랙베리 같은 회사도 생태계 형성에 실패해 시장에서 밀려난 바 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한 거대한 자국 시장에 기대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해외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중국 특색 스마트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인 천무룽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화웨이가 안드로이드와 전혀 다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라며 "새로운 스타일의 앱에 사용자들이 익숙해져야 할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개발자를 새 플랫폼으로 전환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훙멍을 스마트폰과 각종 IoT 기기의 범용 OS로 공개해 최대한 많은 '동맹'을 확보하려 한다.
화웨이는 현재 중국의 대표적 백색 가전 업체 메이디(美的)와 드론 업체 DJI,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魅族), 싸이리스 등 합작 자동차 회사들을 '훙멍 동맹'에 끌어들였다.
화웨이가 훙멍 전면 사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번에 훙멍을 탑재한 제대로 된 새 스마트폰을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반도체 부품 조달이 끊긴 이 회사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웨이는 전날 훙멍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으로 메이트40, 메이트X2 4G판을 출시했다.
이들 스마트폰은 과거 이미 5G 전용으로 출시된 폰인데 이번에 4G 전용으로 사양을 낮추고 OS만 EMUI에서 훙멍으로 바꿔 탑재한 '재탕 신제품'이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봄쯤 출시됐어야 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P50은 이번 행사에서도 발표되지 못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제재로 P50의 발표가 연기됐다"고 토로하면서도 "화웨이는 전력을 다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화웨이는 기존에 판 스마트폰 운영체계를 순차적으로 훙멍으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훙멍 생태계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펴기로 했다.
화웨이는 올해 말까지 자사 스마트폰 2억대를 포함, 3억대의 각종 기기가 훙멍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신냉전 속 '중국 특색 OS' 등장…기술 분야 탈동조화 상징 미국의 고강도 제재 대상인 화웨이(華爲)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와 결별하고 독자 개발한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을 쓰기로 하면서 세계 모바일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 등 미국 회사 주도 진영과 화웨이가 중심이 된 중국 진영으로 갈라지게 됐다.
화웨이는 쉬운 사물인터넷(IoT) 연결 성능 등 새 OS의 기능적 장점을 내세우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화웨이가 독자 생태계 구축이라는 냉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화웨이는 2일 밤 온라인 행사를 열고 '훙멍2'와 이 OS를 탑재한 일부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화웨이의 'OS 독립 선언식'의 성격이 강했다.
지난 2018년 8월 화웨이는 훙멍의 첫 공개 버전인 '훙멍1'을 내놓고 스마트TV 제품에 처음 탑재했지만 핵심 소비자 제품인 스마트폰에는 계속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한 EMUI가 깔렸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까지 적용되는 훙멍2를 발표한 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완전히 결별하고 훙멍을 근간으로 한 새로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안팎에 선포한 행위로 볼 수 있다.
훙멍의 전면 등장은 미중 신냉전 시대 기술 분야 탈동조화(디커플링) 움직임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화웨이가 훙멍을 띄운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2019년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구글모바일서비스(GMS)가 제공되는 온전한 기능의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었다.
이는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외면받는 중요 요인이 됐다.
화웨이는 전날 행사를 통해 훙멍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점이 있다고 선전했다.
특히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 기기의 쉽고 원활한 연결 기능을 특히 부각했다.
발표 행사의 시연 영상을 보면, 훙멍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통해 같은 OS가 깔린 스마트TV, 태블릿PC, 인공지능(AI) 스피커, 무선 이어폰, 냉장고, 전자레인지,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들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통제 화면에서 TV 모양 아이콘을 중앙의 스마트폰 모양 아이콘으로 끌어와 붙이는 한 번의 조작만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곧바로 스마트TV로 넘길 수 있었다.
또 전자레인지 같은 IoT 기기를 연결할 때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해당 기기에 가볍게 접촉하면 됐다.
또 스마트폰에서 연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그대로 훙멍이 깔린 PC나 태블릿PC로 끌고 가듯 한 번에 이동시켜 작동시킬 수도 있는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안드로이드 체계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왔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의 지위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화웨이는 시작부터 더욱 넓은 사물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차이점으로 부각된 연결성 기능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훙멍의 인터페이스는 안드로이드나 iOS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훙멍의 시장 안착 여부는 기능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독자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쏠림 현상이 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용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독자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나 블랙베리 같은 회사도 생태계 형성에 실패해 시장에서 밀려난 바 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한 거대한 자국 시장에 기대 어느 정도 시장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해외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중국 특색 스마트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인 천무룽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화웨이가 안드로이드와 전혀 다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라며 "새로운 스타일의 앱에 사용자들이 익숙해져야 할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개발자를 새 플랫폼으로 전환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훙멍을 스마트폰과 각종 IoT 기기의 범용 OS로 공개해 최대한 많은 '동맹'을 확보하려 한다.
화웨이는 현재 중국의 대표적 백색 가전 업체 메이디(美的)와 드론 업체 DJI,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魅族), 싸이리스 등 합작 자동차 회사들을 '훙멍 동맹'에 끌어들였다.
화웨이가 훙멍 전면 사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번에 훙멍을 탑재한 제대로 된 새 스마트폰을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반도체 부품 조달이 끊긴 이 회사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화웨이는 전날 훙멍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으로 메이트40, 메이트X2 4G판을 출시했다.
이들 스마트폰은 과거 이미 5G 전용으로 출시된 폰인데 이번에 4G 전용으로 사양을 낮추고 OS만 EMUI에서 훙멍으로 바꿔 탑재한 '재탕 신제품'이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봄쯤 출시됐어야 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P50은 이번 행사에서도 발표되지 못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제재로 P50의 발표가 연기됐다"고 토로하면서도 "화웨이는 전력을 다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화웨이는 기존에 판 스마트폰 운영체계를 순차적으로 훙멍으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훙멍 생태계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펴기로 했다.
화웨이는 올해 말까지 자사 스마트폰 2억대를 포함, 3억대의 각종 기기가 훙멍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