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강 사망 대학생 손 모(22) 씨 실종 당시 동석했던 친구 A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돼 남은 의문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30일 "어제 오전 11시 반쯤 환경미화원이 휴대전화를 발견해 조사 결과 손 씨 친구 A 씨의 휴대전화로 확인됐다"며 "통화 내역과 메시지, 혈흔 감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손 씨의 사건과 관련해서 타살 가능성 작다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을 방송했다.

각종 유튜브 방송에서는 손 씨의 사건이 발생 이후 사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가 해당 사건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타인에 의한 익사, 강압에 의한 익사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가슴 부위라든지 어깨 부위, 목 부위에 압력이라든지 이런 손상이 중요하다. (고인의 사체에는) 억압이나 제압한 흔적은 없다"고 전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익사를 시켰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물에 흠뻑 젖어있어야 한다. A 씨가 물에 젖어있는 건 관찰된 바 없다"며 "A 씨가 고인이 사망하는 데 개입했다고 볼만한 정황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 타살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범죄는 동기가 분명해야 하고 그다음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동기와 기회 부분들이 한강에서는 가능성이 작다"며 "범죄를 계획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한강은 24시간 목격자가 넘쳐나는 곳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자가 살인을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범죄 사건이 되려면 손 씨의 친구가 현장에 다시 나타나면 안 되는 거였다. 손 씨의 전화기 또한 발견되면 안 되는 일이었다. A 씨 어머니가 전화했던 5시 30분에 이 사건은 절대로 범죄 사건이 될 수 없는 지점이 발생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제기됐던 의혹 몇 가지를 검증했다.

일각에서는 A 씨가 토끼굴을 지나서 나올 때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했지만 원본 영상을 보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영상이랑 손 색깔이 달랐다. 이는 결국 조작된 영상으로 드러났다.

CCTV 판독을 통해 A 씨가 손 씨를 업고 갔다는 주장과 A 씨가 손 씨에게 주사기를 찌르자 그가 황급히 도망갔다는 해설도 허위로 밝혀졌다.

업고 가는 것처럼 보였던 영상에 대해 전문가는 친구의 다리 부분이라고 밝혔고 손 씨가 뛰고 A 씨가 따라 뛰던 그 당시 모습은 배달 앱으로 주문한 삼겹살이 도착했다는 배달 기사의 전화에 급히 뛰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사건 당시 경찰차 6대가 목격됐으며 경찰들이 A 씨를 보호하려고 수색을 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허위였다.

경찰차가 목격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추돌사고를 냈고 사고 낸 사람이 만취 상태여서 피해자가 경찰을 불렀다. 당시 경찰차에 음주측정기가 없어서 다른 경찰차가 현장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알' 방송은 손 씨 추모와 경찰 수사 촉구를 하기 위해 한강 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도 방송했다. 이들은 "우린 유튜브만 믿는다", "손 씨는 타살됐다"고 분개하는 모습이었다.

손 씨 부친은 '그알' 방송과 휴대전화 습득 보도 후 블로그에 글을 남겨 "SBS '그알'이 우리를 싫어한다. 대응하려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발견됐다고 해서 쉴 틈이 없다"며 "휴대전화는 어디서 발견되고 언제 습득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알'이 아들과 A 씨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짧게 편집하다 보니 원래 의미가 소실된 느낌이다"라며 "중요하지 않은 증인은 엄청나게 오래 보여주고 쓸데없이 재연도 많이 하면서 이런 메시지는 다 보여주면 안 되는 거였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