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등록·인가제로 바꾸고 업무 전반 금융당국이 감독"
해킹 손해배상·공시의무 부여…"심사 통과한 코인만 발행" 의견도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국회에 발의된 여러 가상화폐 관련 법안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를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주관 부처로 정하고 사업자의 시세조종을 금지 방안 등 일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가상화폐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현재 국회에는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등을 금지하고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가상화폐 발행 요건 등을 규율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국회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견이 예상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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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날짜 │ 대표 발의 │ 법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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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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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특금법 일부 개정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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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가상자산업법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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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 │
│ │ │한 법률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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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가상자산거래에 관한 법률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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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8│국민의힘 강민국 의원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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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권법 3건 포함 6건 발의…'시세조종 금지' 공통점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상화폐(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발의된 법안은 총 6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김병욱·양경숙 의원은 각각 업권법으로 '가상자산업법안', '가상자산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가상자산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박용진·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냈다.
이들 법안은 공통으로 '누구든지 시세조종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주환 의원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만 규정).
구체적으로는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사전에 다른 사람과 짜고 정해진 시기에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하거나(통정매매) 실제로 사고팔 목적 없이 거짓으로 매매하는 행위,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중요한 사실에 관해 거짓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를 하는 행위 등을 열거한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시세조종 금지 조항을 차용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대책에도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이 일부 담기긴 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와 임직원이 해당 사업자(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사업자의 시세조종을 가능성 차단을 위해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지 모든 거래 주체에 통용되는 시세조종 규제를 신설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는 가상화폐가 세계적으로 동시 발행·거래되기 때문에 주식·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불공정 거래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자본시장에 준하는 규제를 할 경우, 이용자들에게 가상화폐가 제도권 금융상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허위로 가상자산을 입력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등 범죄에 사기,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가 적용된다.
김병욱·양경숙 의원안은 가상자산사업자와 임직원, 그 밖에 업무상 관련 정보를 알게 된 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 "현행 신고제, 등록·인가제로 바꾸고 자금세탁 외 업무 전반 금융당국이 감독"
현재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특금법이다.
이 법은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행위 금지를 목적으로 한다.
기존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고객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보관하고 은행에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는 등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이후에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감독과 검사를 받지만, 특금법이 규율하는 자금세탁 방지 분야 등으로 자료 제출 요구 권한 및 감독·검사 범위가 제한된다.
반면 국회에 발의된 법안 4건(이용우·김병욱·양경숙·강민국 의원안)은 가상자산 거래업자가 금융위의 등록 또는 인가를 받도록 했다.
신고, 등록, 인가 순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또 사업자의 업무 및 재산 상황 전반에 대해 금융위 또는 금융감독원이 검사·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 "시스템 오류·해킹 등 사고 시 손해배상…거래소 '가상자산 실제 보유' 명문화"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을 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접근 매체 위·변조로 인한 사고, 계약 체결 또는 거래지시의 전송·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해킹 사고 등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한다.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주환·김병욱·양경숙 의원안에도 해킹 사고 등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부터 2019년 3월 사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은 9건으로 피해 규모는 약 1,266억 원이 넘는다.
현재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해킹 등을 막기 위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도록 신고 요건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나 손해배상 책임 등은 정하고 있지 않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 이용자가 예치한 동일 종목과 동일 수량을 보유해야 한다"(이용우 의원안), "가상자산사업자는 자기 소유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종류의 가상자산을 현실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김병욱 의원안)고 규정한다.
그간 일각에서는 일부 거래소가 없는 자산을 사고파는 게 아니냔 의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거래는 실시간이지만 가상화폐를 지갑 등으로 옮길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이용우·김병욱·양경숙 의원안은 사업자가 보유한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지갑)에 보관토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 역시 콜드월렛 보관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공시·설명 의무 부여…"당국 심사 통과한 코인만 발행" 법안도
강민국 의원안에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가상화폐만 발행(해외 발행 후 국내 취급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눈에 띈다.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심사위원회를 두고, 위조 방지 및 안전성 등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가상화폐만 유통되도록 해 무분별한 '코인 난립'을 막자는 취지다.
실제로 일본이 이와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 대형 사업자에 상장된 코인 수는 2∼8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엄격한 가상화폐 승인 제도를 도입하면 일본처럼 시장이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면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고 이해 상충 가능성을 관리할 의무, 고객에게 계약조건과 위험 요소 등을 설명할 의무 등을 부여한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 수수료 부과 기준, 약관 등을 공시하게 하거나 분쟁조정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방문·전화권유·다단계 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들도 있다.
김병욱 의원안을 보면, 가상자산거래업자는 가상자산 발행자와 특수관계인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거래 위험(원금 손실 가능성,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점 등), 수수료에 관한 사항 등을 온라인시스템에 게시하고, 이용자가 이 내용을 이해했음을 서명·기명날인·녹취 등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법안 내용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병합 심사될 전망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제도화될지는 미지수다.
김병욱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사업자 규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며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 및 이용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가상자산 업권법을 국회 차원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