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주자를 태그만 해도 실점은 사라질 수 있었지만, 포수는 타자주자를 바라만 봤다.
야구 선수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방문 경기, 3회초 2사 2루에서 시카고 컵스 하비에르 바에스가 3루 쪽에 땅볼을 보냈다.
피츠버그 3루수 에릭 곤살레스의 송구가 1루수 윌 크레이그의 왼쪽으로 조금 치우쳤다.
하지만 바에스가 1루에 도달하지 못한 터라, 크레이그가 1루만 밟으면 이닝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크레이그는 '굳이' 바에스를 태그하고자 했다.
바에스는 1루수 크레이그를 바라보며 홈플레이트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크레이그도 바에스를 따라 홈플레이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레이그와 바에스는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이동했다.
이 사이, 2루 주자 윌슨 콘트레라스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당황한 크레이그는 바로 앞에 있는 포수 마이클 페레스에게 송구했고, 콘트레라스는 페레스의 태그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2사 후 상황'이었다.
콘트레라스가 홈에 도달했지만, 타자주자 바에스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아웃되면 득점은 인정되지 않고 3회초 컵스 공격이 끝난다.
페레스가 홈으로 향하는 주자 콘트레라스가 아닌, 홈플레이트 앞까지 '역주행'한 바에스를 태그하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페레스는 콘트레라스를 태그하고자 몸을 숙였고, 바에스가 다시 1루로 뛸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바에스도 실수를 했다.
1루수 크레이그가 홈 송구를 할 때, 바로 몸을 돌려 1루로 뛰어야 했지만, 바에스는 심판처럼 양팔을 벌려 '세이프' 동작을 취하는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바에스보다 피츠버그 야수진이 더 느슨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포수 페레스가 1루에 송구했지만, 피츠버그 야수 중 1루를 커버한 선수는 없었다.
페레스의 1루 악송구로 바에스는 1루를 돌아 2루까지 도달했다.
컵스 벤치에서조차 황당한 상황에, 폭소했다.
'역주행'으로 피츠버그 내야진을 홀린 바에스는 이언 햅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KBO리그에서는 5월 21일 SSG 랜더스전에서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이 이미 아웃 처리된 2루 주자 한유섬을 쫓아가다가 3루 주자 추신수에게 끝내기 득점을 허용하는 황당한 실수를 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본헤드 플레이는 더 황당했다.
MLB닷컴은 피츠버그 1루수 크레이그, 포수 페레스, 컵스 타자 바에스의 실수를 모두 언급하며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나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실수가 한순간에 연이어 벌어졌다"고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