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태생이 워낙 촌놈이어서 고향 떠난 지 오래 되니까 좌불안석"이라며 "홋홋한 마음으로 내려섭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강원지사 출마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다는 풀이가 나왔다.
강원도 양구 출신인 정 수석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는 '적자'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상황비서관·의전비서관을 지낸데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정 수석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홍 부총리에게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홍 부총리 중심으로 전 부처가 신념을 갖고 매진해 나가라"고 당부했다.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수석이 지방선거가 1년여 남은 시점에 청와대를 떠나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여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 전까지 자리를 보전할 수도 있지만 인사권자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정상회담 등을 매끄럽게 마무리한 시점에,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