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세계 최초의 사건인데 명쾌하게 끝나 벅차"
'그림 대작' 조영남, 유사 사건 항소심서 또 무죄(종합)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가수 조영남(76)씨가 유사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박노수 부장판사)는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그림을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림이 피고인의 친작인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과 같이 미술작품 거래에서 친작인지 대작인지 여부는 인지도·독창성·가격·희소성 등 구매자를 결정하는 제반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구매자마다 고려하는 사정이 다양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A씨에게 800만원을 받고 판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그림을 조씨가 아닌 사람이 그렸다는 공소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조씨는 이 사건과 유사하지만, 별개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돼 지난해 6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1∼2015년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천300여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1심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과 3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사기죄의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조씨는 이날 선고 후 재판부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나섰다.

조씨는 무죄 판결이 나오자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내가 일부분이라도 증명해 뿌듯하고, 세계 최초의 사건인데 명쾌하게 끝나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조씨는 검찰의 상고 가능성에 대해선 "미술이 살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니, 나로선 고맙다"며 "또 한번 대결을 해봐야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대에 맞을 만큼 열심히, 멋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