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연내 금리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에 달려"
성장률 전망 3.0%→4.0%, 물가 1.3%→1.8%…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이주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첫 언급…"올해 경제 4.0% 성장"(종합3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 총재가 지금까지 금리조정 여부, 특히 시기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럽게 발언해온 점에 비춰보면 이날 언급은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야말로 적절한 시점에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거시나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질서 있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또 "사실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라면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려하되, 거기에 일대일로 매칭해서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기본적으로 국내 여건에 맞춰서 하는 게 맞다면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조정한 경우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금리가 올라가면 차입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런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한다면 부작용이 상당히 크고,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결정의 요인에 대해 "경제상황 전개가 가장 중요하고,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시장에서의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도 적정한 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금통위는 작년 7월 이후 여덟 번째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 격차는 0.25∼0.5%포인트(p)로 유지됐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강해지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고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월 25일 제시한 전망치(3.0%)보다 1%포인트(p)나 높은 수치다.

예상 밖 수출 호조와 지난 3월 말 국회에서 통과된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효과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조원 규모의 추경은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에서 1.8%로 상향조정했다.

내년 상승률은 1.4%로 유지됐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반기에는 2% 내외에서 움직이고,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대 중반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디"며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이 유가와 농축산물인데 그런 공급 측 영향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이다.

반면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