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대 연구진, 저널 '바이러스'에 논문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지구촌을 휩쓸기 시작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하지만 이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렵게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수급 불안정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영국·남아공·브라질·인도 등에서 나타난 주요 변이 코로나의 확산도 다중 변이와 'n차 대유행'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년 안에 신종 코로나의 위력이 흔한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할 정도로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하나의 풍토병으로 변하는 시점을 수학적 모델로 예측했다.
감염과 백신 접종에 따른 '부분 면역(partial immunity)'과 코로나19의 위중도 저하, 연쇄 감염과 위중도의 상관관계, 코로나19의 연령 감수성과 주민 이질성 등 주요 변수의 상호작용을 축으로 삼아 언제 신종 코로나의 무독성이 커지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유타대 과학자들은 최근 저널 '바이러스(Viruse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프레드 아틀러(Fred Adler) 수학·생물과학 교수는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향후 10년에 걸쳐 집단으로 면역력이 생기면서 코로나19의 위중도는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SARS-CoV-2)와 같은 계열(family)인 다른 계절성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침, 콧물 등 가벼운 증상만 일으킨다.
하지만 감기 코로나의 친척뻘인 한 바이러스 아종은 과거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19세기 후반 '러시안 플루(Russian flu)' 팬데믹을 몰고 온 바로 그 바이러스다.
시간이 지나면 신종 코로나의 혹독한 병원성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 약해질 수 있다는 추론이 여기서 나왔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인체의 신종 코로나 면역 반응에 관해 밝혀진 사실을 포괄적으로 반영해 수학적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거나 백신을 접종한 성인은 다시 중증 감염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과 감염증의 위중도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다.
',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바이러스 확산을 줄인다', '어린이는 중증으로 갈 위험이 낮다' 등이다.
이 모델로 몇 가지 버전의 시나리오를 돌려본 결과, 장기적으로 가벼운 코로나19 조건을 갖춘 인구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신종 코로나는 '또 하나의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JASC)'가 될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처음 터졌을 때 인간의 면역계는 낯선 이 바이러스와 싸울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더 많은 성인 인구가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부분 면역'을 갖춰 가면 향후 10년 이내에 중증 코로나19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경증과 중증 간의 경쟁에선 결국 경증 유형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대전제는 인간의 면역계가 경증 감염을 통해 중증과 싸우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린이만 신종 코로나에 처음 감염되는 상황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한 증세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코로나19 예측 곡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잠재적 요소가 이 모델에 반영된 것 아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변이 코로나가 등장해 성인의 '부분 면역'을 회피하면 감염증이 다시 악화할 수도 있다.
아틀러 교수는 "이 모델의 예측 결과를 최근의 코로나19 데이터와 비교해 이번 팬데믹의 진행 방향을 분석하려고 한다"라면서 "그 결과는 하나의 사회로서 결정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