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러 양제츠에 "중러 관계 역사상 최고 시기"
미국, 미러 정상회담 통해 '중러 연대' 힘 빼기 시도
'러시아를 내편으로' 미중 우군 확보 외교전 치열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연대 관계인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강대국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글로벌 이슈를 주도하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미국을 협공해왔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러가 전통적으로 앙숙 관계였다는 점을 이용해 러시아를 흔들어 '중러 연대'의 힘 빼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24~27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초청으로 제16차 중러 전략 안보 협상차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지난 3월 미중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더니 이번에는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 외교 수장이 러시아 방문길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양제츠 정치국원의 방러 와중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혀 미중간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러 간 연대 강화, 다자주의 지지, 대만·신장·홍콩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양제츠 정치국원과 통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안부를 물으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로 양국 정상 간 긴밀히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양국 간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힘쓰고 있으며 중국과 함께 긴밀한 전략적 협력 그리고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지키는 데 기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제츠 정치국원은 "신시대 중러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강한 발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상호 핵심 이익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상호 존중, 공정, 협력이라는 새로운 국제 관계 모델을 수립해 전 세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중러 전략 안보 협상에서는 국제 안보와 전략적 안정이라는 주제 아래 중러 간 의견을 교환하고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중국 인민일보는 전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화상으로 양국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장쑤(江蘇)성 톈완(田灣) 원전 및 랴오닝(遼寧)성 쉬다바오(徐大堡) 원전의 착공식을 참관해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한 바 있다.

'러시아를 내편으로' 미중 우군 확보 외교전 치열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이탈해 국제 질서가 혼돈한 가운데 중러 간 전략적 연대가 글로벌 균형에 필요하다는 논지의 사설과 보도를 쏟아냈다.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미국 또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내달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전환을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러 관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회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양 정상은 다양한 긴급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을 내고 미러 정상의 회담 일정을 확인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과 미연방기관 해킹, 핵확산 차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러 간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국을 압박하다 보니 전략적 연대라는 명분 아래 함께 대응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이제는 미중 패권 경쟁에 러시아가 중요한 카드로 떠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