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주차된 차 앞뒤로 장애물을 바짝 붙여 놓아 차를 뺄 수 없게 만든 이른바 '보복 주차'에 대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확정했다.
24일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배 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배 씨는 2018년 7월 7일 오후 1시 22분께 서울 노원구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공터에서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곳에 피해자 A씨의 차가 주차된 것을 보고 A씨의 차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부품을 바짝 붙여 놓았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께 차를 가지러 갔지만 차 앞뒤로 장애물이 놓여 있어 차를 뺄 수 없어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도 장애물 제거를 할 방법이 없었고 A 씨는 결국 다음날 오전 7시 10분께 배 씨가 굴삭기 부품을 제거할 때까지 18시간 동안 차를 운행하지 못했다. 1심은 배 씨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로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 성립한다"며 배씨의 장애물 설치는 A씨의 승용차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만큼 유죄로 판단했다.
해당 사건으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구조물로 인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며 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얌체 주차를 한 이들에게 '참교육'을 한 사례는 그간 "사이다와 같이 시원하다"며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차량을 훼손하지 않아도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는 이번 판결에 네티즌들은 "이번 판결을 악용해 무개념 주차가 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인 제공자에게도 패널티를 줘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재물손괴죄에서 손괴라 함은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인하여 물건의 본래의 목적에 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 그 물건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하는 경우에도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