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작품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판타지 로맨스의 힘은 건재하다.

25일 CJ ENM이 발표한 5월 둘째 주(10일∼16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드라마 부문 집계에서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가 전주보다 8계단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종합 순위에서는 전주보다 27계단 상승해 5위에 진입했다.

CPI 지수는 237.6.
'멸망'은 100일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탁동경(박보영 분)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멸망(서인국)과 목숨을 건 계약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맨스를 기본 설정으로 가져가면서도 뻔하지 않은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그 중심에는 신의 중간관리자 '멸망'이 있는데, 인간이 아닌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판타지 장르에도 큰 비중을 둔 덕이다.

극본과 연출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몰입감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장르가 판타지이지만, JTBC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의 임메아리 작가와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권영일 PD까지 신선함과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된 이들의 의기투합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멸망이라는 존재가 가진 기본 설정과 매번 등장하는 소녀신(정지소)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이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연출로 잘 풀어내 작품에 몰입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멸망'의 인기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두 주연 배우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등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 온 '로코퀸' 박보영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당돌한 매력을 뽐낸다.

서인국 또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쇼핑왕 루이'에 이어 또 한 번 까칠함의 정석을 연기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 요소인 '츤데레'(겉으로는 쌀쌀맞지만 실제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작품 안에서 좀처럼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못하는 두 배우의 티격태격 궁합은 공고한 팬층을 형성해냈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계약 조건으로 인해 동경이 멸망을 사랑하기로 하면서부터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로맨스 장면이 연달아 등장해 일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서브 삼각관계인 차주익(이수혁)-이현규(강태오)-나지나(신도현)의 서사가 더욱 비중 있게 전개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작품에 또 다른 재미 요소를 더할 예정이다.

한편, '멸망'의 경쟁작인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드라마 부문 집계에서 전주보다 3계단 하락해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월의 청춘'은 지난주 최고 시청률인 5.2%를 기록하면서 시청률 측면에서는 '멸망'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 CPI 지수 =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29개 채널 프라임 시간대 방송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청자 행동을 파악하는 지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콘텐츠가치정보분석시스템(RACOI)을 통해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시청자 데이터(동영상 조회수, 게시글수, 댓글수)를 수집해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산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