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와일드카드 접촉 중…반대 심하면 선수 의지만으론 안 돼"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 선발 갈등'…"처음으로 일본 부럽더라"
김학범 감독 "손흥민·황의조,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 있어"
김학범(61)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모두 와일드카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서고 싶은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24일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제주 전지훈련과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올림픽 엔트리는 원칙적으로 24세 이하 선수 18명으로 꾸려야 한다.

다만, 이 중 3명은 24세 이상 선수로 뽑을 수 있다.

이를 '와일드카드'라 한다.

김 감독은 기존에 병역 혜택을 받았는지와 관계없이 '최고의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하려고 한다.

김 감독이 추려둔 11명의 와일드카드 후보군에는 한국 축구 에이스인 손흥민과 부동의 원톱인 황의조가 당연히 포함돼있다.

그러나 올림픽은 소속팀이 차출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는 대회가 아니어서 김 감독이 100% 원하는 대로만 전열이 꾸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 감독은 "(소속 구단에) 접촉은 다 하고 있지만 어떤 선수 선발이 가능할지 확률은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 "선수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으나, 구단 반대가 심하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황의조와 손흥민이) 의지는 있다"고 확인하면서 "그러나 유럽 구단들은 선수를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 "손흥민·황의조,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 있어"
올림픽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르는 벤투호와 나란히 A매치 기간에 소집된다.

이번 명단 발표에 앞서 선수 선발을 두고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 김 감독이 합의점을 좀처럼 찾지 못해 대한축구협회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A대표팀 우선 원칙'에 따라 올림픽 대표팀 연령대의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송민규(포항)가 벤투호에 승선했다.

김 감독은 "나에게 옆 나라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였는데 이번에는 부러웠다.

일본은 와일드카드 선발도 끝나고 이들을 포함해 전 선수가 평가전을 준비한다"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선발 과정에서 느낀 점은.
▲ 감독이 선수 욕심 없다면 자질이 없는 거다.

올림픽 대표팀으로서는 A대표팀 결정을 어차피 수용해야 한다.

난 우리 선수들 믿는다.

믿기 때문에 A대표팀이 이번 2차 예선과 이어지는 최종 예선, 나아가 월드컵 본선까지 가서 좋은 성적 내기를 빌겠다.

-- A대표팀과 선수 선발을 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용수 부회장과 김판곤 위원장을 따로 만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안다.

축구협회가 중재를 적극적으로 했나.

▲ 중재는 '엄청' 열심히 했다.

(축구협회의) 모든 분이 나서서 중재했다.

그러나 A대표팀 우선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문화 차이인 것 같다.

유럽에서는 올림픽 대표팀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올림픽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나에게 옆 나라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였는데 이번에는 부러웠다.

일본은 와일드카드 선발도 끝나고 이들을 포함해 전 선수가 평가전을 준비한다.

김학범 감독 "손흥민·황의조,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 있어"
--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에게 특별히 말한 게 있나.

▲ 한국 축구에서 올림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말씀드렸다.

-- 이강인을 뽑았다.

▲ 이강인은 처음으로 발을 맞춰보는데, 우리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지, 그가 올림픽에 나갔을 때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전반적으로 체크하겠다.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측면에서도 뛰는 등 여러 자리를 옮겨 다니던데 최적의 자리가 어디인지 잘 찾아보겠다.

물론 기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 이승우와 백승호가 뽑혔는데 이승우는 소속팀에서 경기에 못 나서고, 백승호는 경기를 뛰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들 두 선수도 이강인과 같은 부분을 체크할 것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을 앞두고 치르는 중요한 훈련이다.

모든 부분을 고려해 여러 가지를 검토할 생각이다.

누구는 (선발이) 될 거라는 건 없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라고 해서 우위에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 A대표팀이 이번 2차 예선에서 최종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으면 A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들이 올림픽 대표팀으로 넘어올 수도 있는 건가.

▲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지금 대답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 A대표팀에 선발된 원두재, 이동준, 송민규는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그들은 우리와 계속해서 훈련했거나 경기를 뛴 선수다.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학범 감독 "손흥민·황의조,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 있어"
-- 와일드카드 후보군 11명 소속 구단과 접촉하고 있나.

▲ 접촉은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팀 반대 등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작업이다.

어떤 선수 선발이 가능할지 확률은 나도 잘 모르겠다.

선수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으나, 구단 반대가 심하면 사실상 어렵다.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닌) 올림픽의 특수성 때문에 장담을 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A 선수를 생각했는데 선발이 불가능해지면 B 선수를 선발하는 등의 계획은 다 세워져 있다.

-- 손흥민과 황의조는 소속팀 입장과 별개로 '의지'를 보이고 있나.

▲ 의지는 있다.

그러나 유럽 구단들은 선수를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 손흥민과 황의조가 모두 와일드카드 선발이 불발된다면 어린 공격수들로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훈련에서 이들에게 특별하게 요구하는 게 있다면.
▲ 공격적이어야 하고, 빠르게 수비 전환해 협력수비를 해줘야 한다.

수비의 시작은 공격이다.

최전방부터 모든 선수가 수비해야 한다.

이게 잘 되느냐, 체력이 준비돼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체크하겠다.

-- 권창훈도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권창훈은 최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경기력을 체크했나.

▲ 사실 최근에는 평가하기 어려웠다.

경기에 못 나오니까.

이번에 A대표팀에 뽑혔으나 집중적으로 경기력을 체크하려고 한다.

권창훈은 부상 이후로 몸이 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학범 감독 "손흥민·황의조,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 있어"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동아시아지역 경기가 6~7월 우즈베키스탄과 태국에서 나뉘어 열린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팀 소속 선수들이 최종 명단에 오르면 어떻게 되나.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선발할 선수가 명확해지면, 소속팀과 논의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

-- 가까운 일본에서 열려 한국에 유리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그렇지 않다.

옆 나라지만 환경이 매우 다르다.

일본은 지역마다 기후는 물론 그라운드 잔디 환경도 많이 다른 나라다.

현지 적응 훈련을 해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하면 좋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경기를 치를 곳의 상황이 어떤지 여러 경로로 파악하고 있다.

빠짐없이 체크해 나가겠다.

-- 이번 훈련과 평가전에서 가장 분발해야 할 포지션은.
▲ 왼쪽 풀백과 중앙수비다.

이들 두 자리는 소속팀에서 경기에 못 나서는 선수가 많다.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다.

분발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

-- 최종 엔트리 6월 말 공개할 텐데, 이번 명단에서 추리는 것인가.

아니면 추가로 염두에 둔 선수가 있나.

▲ 이번에 부상 때문에 못 뽑은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부상에서 회복하면 체크할 예정이다.

이 선수 외에는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 안에서 최종 선발을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