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만' 첫 언급…정부 "일반적 표현" 반중해석 경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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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등 첨단기술 협력·"쿼드 중요성 인식"…중국 명시 안해 선은 지켜
대중협력 약속하고 대북정책 받았나…문대통령 "미국 압박 없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간의 미중 갈등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온 한국 정부가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에서 미국과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미국과 5G 등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 문제를 거론했는데 대북정책에 한국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주고받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달리 중국 국가명을 명시하지 않는 등 반(反)중 전선에 가담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으려고 선을 지킨 모양새다.
한미 양국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선언 같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이러한 행위를 문제 삼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문구라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특히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는데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는데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가 사거리 '최대 800km 이내'로 제한된 한국군의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한 것도 미국이 직접 한반도에 자국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동맹인 한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한미 간 경제 분야 협력도 미국의 안보 현안, 특히 중국 견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기술 분야 협력에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품목은 물론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오픈 랜(Open-RAN) 기술, 양자(퀀텀)기술, 바이오 기술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이들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탈취를 막고자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민감한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아왔는데 이런 노력에 한국이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5G 분야의 경우 그간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며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참여와 거리를 둔 정부 입장과 상당히 다른 기조가 감지된다.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픈 랜(Open-RAN)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미일 공동성명에도 언급된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G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 육성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은 미국이 개발한 백신의 한국 생산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부족한 백신 공급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지만 여기에도 반(反)중 색채가 가미될 수 있다.
미국이 백신을 무기로 국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중국과 '백신 외교'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백신 협력은 쿼드(Quad)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백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과 유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백신 협력은 쿼드 내 백신 워킹그룹 참여가 아닌 별도의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역내 협력체인 쿼드와 관련해 "한미는 쿼드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중국 견제용으로 알려진 쿼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인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일 JTBC 인터뷰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라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쿼드 국가들과의 몇몇 분야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간 중국을 의식했던 한국 정부가 미국 입장을 이 정도로 반영한 것은 대북정책 등에서 협조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첨단기술의 경우 경제·산업적으로 미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중 간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문제에서 양보를 얻기 위해 이만큼은 미국에 줘야 했고,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이제 한국도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 쪽에 들어가는 게 이익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 간 주요 회의 이후 발표된 내용 중 중국에 대해 가장 강경하고 직설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중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을 테고 어느 정도로 반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도 한국의 중국과 경제관계 등 지정학적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반중 전선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게 외교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압박했느냐'고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했고,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미 공동성명은 미일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는 등 선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국가명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미국이 최근 가장 문제 삼는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침해 등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첨단기술 협력의 경우 국내 기업에 사업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협력은 기본적으로 기업 간 사안이라 중국이 직접적으로 문제 삼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관련 문구도 '역내 평화·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지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드는 게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정의용 장관은 "대만 관련 표현은 아주 일반적인 표현"이라며 "미국도 우리와 중국 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는 많이 이해하기 때문에 과거 미일 정상 간 공동성명과 우리와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분야의 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중협력 약속하고 대북정책 받았나…문대통령 "미국 압박 없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간의 미중 갈등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온 한국 정부가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에서 미국과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미국과 5G 등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 문제를 거론했는데 대북정책에 한국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주고받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달리 중국 국가명을 명시하지 않는 등 반(反)중 전선에 가담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으려고 선을 지킨 모양새다.
한미 양국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선언 같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이러한 행위를 문제 삼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문구라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특히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는데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는데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는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가 사거리 '최대 800km 이내'로 제한된 한국군의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한 것도 미국이 직접 한반도에 자국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동맹인 한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한미 간 경제 분야 협력도 미국의 안보 현안, 특히 중국 견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기술 분야 협력에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품목은 물론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오픈 랜(Open-RAN) 기술, 양자(퀀텀)기술, 바이오 기술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이들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탈취를 막고자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민감한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아왔는데 이런 노력에 한국이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5G 분야의 경우 그간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며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참여와 거리를 둔 정부 입장과 상당히 다른 기조가 감지된다.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픈 랜(Open-RAN)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미일 공동성명에도 언급된 오픈 랜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5G 제품에 대한 대안으로 육성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은 미국이 개발한 백신의 한국 생산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부족한 백신 공급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지만 여기에도 반(反)중 색채가 가미될 수 있다.
미국이 백신을 무기로 국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중국과 '백신 외교'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백신 협력은 쿼드(Quad) 4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백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과 유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백신 협력은 쿼드 내 백신 워킹그룹 참여가 아닌 별도의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역내 협력체인 쿼드와 관련해 "한미는 쿼드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중국 견제용으로 알려진 쿼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인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일 JTBC 인터뷰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라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쿼드 국가들과의 몇몇 분야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간 중국을 의식했던 한국 정부가 미국 입장을 이 정도로 반영한 것은 대북정책 등에서 협조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첨단기술의 경우 경제·산업적으로 미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중 간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문제에서 양보를 얻기 위해 이만큼은 미국에 줘야 했고,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이제 한국도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 쪽에 들어가는 게 이익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 간 주요 회의 이후 발표된 내용 중 중국에 대해 가장 강경하고 직설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중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을 테고 어느 정도로 반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도 한국의 중국과 경제관계 등 지정학적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반중 전선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게 외교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미국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압박했느냐'고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빈다(Good Luck)"고 했고,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미 공동성명은 미일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는 등 선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는 국가명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미국이 최근 가장 문제 삼는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침해 등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첨단기술 협력의 경우 국내 기업에 사업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협력은 기본적으로 기업 간 사안이라 중국이 직접적으로 문제 삼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관련 문구도 '역내 평화·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지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드는 게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정의용 장관은 "대만 관련 표현은 아주 일반적인 표현"이라며 "미국도 우리와 중국 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는 많이 이해하기 때문에 과거 미일 정상 간 공동성명과 우리와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분야의 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