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은 디렉션 필요 없을 정도…눈물 흘리면 나도 울컥했다"
'무브 투 헤븐' 김성호 감독 "주변인들의 이야기 담고 싶었다"
"작품을 보면서 돌아가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거나, 옆에 계신 어머니를 안아줬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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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인들의 흔적을 담아내는 유품정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의 연출을 맡은 김성호 감독을 21일 화상으로 만났다.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파양으로 강제 출국을 당하면서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었던 해외입양아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낸 이 작품은 현재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작품 공개 이후 전세계에서 반응을 전달받고 있다는 김 감독은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전해주셔서 정말 잘했구나, 보람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웃었다.

'무브 투 헤븐' 김성호 감독 "주변인들의 이야기 담고 싶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선물했던 김성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저는 영화나 드라마가 평범한 사람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출을 맡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다는 데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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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투 헤븐'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사회적 약자와 죽음이라는 소재를 꽤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그루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큰 역할을 해줬어요.

감정표현이 서툴고 힘들기 때문에 담담하게 감정을 전달했고 그럴수록 더 마음 아프고 감동적인 게 있었죠. 작품이 공개되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부모님이 자신의 아들·딸과 비슷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오셔서 참 감사했죠."
다만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에서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결국 누구 하나가 나쁘다, 좋다는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이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걸 조화롭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무브 투 헤븐' 김성호 감독 "주변인들의 이야기 담고 싶었다"
'무브 투 헤븐'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밝힌 그는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등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맘껏 드러냈다.

"거친 인생을 살아왔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이 있는 상구를 찾고 있었는데 이제훈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 같아요.

디렉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랑 마음이 잘 맞았고, 제훈 씨가 눈물만 흘리면 저도 울컥해서 오케이를 외치지 못하기도 했어요.

준상 씨는 제가 가지고 있던 그루에 대한 이미지를 충분히 봐서 처음 보자마자 다른 오디션이 필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승희 씨도 신인 배우이지만 기복 없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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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에 첫 도전장을 내민 김 감독은 "기회가 있다면 드라마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제안이 들어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무브 투 헤븐'은 자신의 유품 정리를 직접 의뢰하는 고등학생(이레 분)이 등장하며 시즌 2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끝을 맺었다.

"많이 사랑해주시면 시즌 2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즌 2에서는 수많은 고인분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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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