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 등 방역시설 덮친 혐오 현상…"음식 배달도 안해"
"우리집 앞은 안돼" 임시선별진료소 설치 때마다 갈등
진료소 근무자 "님비 현상에 업무 차질…상황 악화 우려"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균자 인가요?"
"선별진료소를 혐오시설 취급할 때마다 힘이 빠집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보균자인가요?"
부산 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식을 줄이고 매일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데, 업주가 앞으로 배달을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선별진료소가 코로나19로 위험해 가까이 가기 무섭다는 이유였다.

A씨는 "마지막으로 배달온 날에도 건물 밖에서 음식을 전달받았다"며 "일도 힘든데 외부 시선도 부정적이라는 생각에 선별진료소 직원 모두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가족, 친구들이 방문할 수도 있는 곳인데 혐오스럽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르포]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균자 인가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소 선별진료소, 임시선별진료소 등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 역시 늘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각 지역에 2∼3주간 운영되는 임시선별진료소는 설치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지난 1월에는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설치된 사하구 임시 선별진료소가 님비(NIMBY) 현상으로 하루 만에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별진료소 설치 소식이 알려지자 감염 우려를 호소하던 주민들이 사하구청장에게 몰려들어 항의한 것이다.

당시 구는 확진자 급증으로 하루빨리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결국 선별진료소는 쓰레기 소각장 옆으로 쫓겨났다.

각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임시 선별진료소가 생길 때마다 감염 우려로 불안하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집 앞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생겨 화가 난다', '근처에 있으니 괜히 무섭다'는 게시글이 잇달아 포착됐다.

이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라도 관련 보건 시설을 더 이상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선별진료소의 경우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이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코로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등 검사가 필요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야 하는 만큼 주민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님비 현상으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