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속초시민 사이에서 벌어진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 (반)지하화 갈등이 고성군수 기자회견 이후 역사이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성군수가 제안한 속초역 이전으로 속초시민 갈등 조짐
함명준 고성군수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의 고성지역 이전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함 군수는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의 통합환승역으로 설치되는 속초역의 물류기능 확대와 역사 예정지인 속초 소야벌의 협소한 부지 문제해결을 위해 역사를 고성군 토성면 지역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그는 "설악권 상생발전 차원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속초시의회와 시번영회는 "속초시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제안은 오히려 설악권 상생을 저해하고 우호 관계를 해치는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와 번영회는 "고성군수의 이 같은 제안은 개인의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로 보인다"며 "이는 설악권의 상생발전은 물론 양 시군의 우호 관계를 저해하는 행위로 절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속초시민도 고성군수의 이러한 제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3년 전 극심한 가뭄에 제한급수를 하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을 당시 고성군에 물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일까지 상기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 사이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역사 이전도 생각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고성군수가 제안한 속초역 이전으로 속초시민 갈등 조짐
"도움을 요청할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 와서 상생하자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한 속초시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는 '동감한다'는 내용의 댓글과 '이미 예전 일'이라는 댓글 등 1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성군수의 제안을 지역 상생을 넘어 대통합의 초석을 만들자는 취지의 제안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글에도 8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반)지하화를 놓고 벌인 갈등도 모자라 인근 자치단체장이 제안한 역사 이전을 놓고 시민들이 또다시 갈등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속초역 (반)지하화는 지난 2월 김철수 속초시장이 공론화한 것으로 시민 갈등 속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 시장은 "속초역사와 철도가 지상에 건설될 경우 이로 인한 지역 양분과 도시발전 저해,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며 "역사와 노선을 지하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반)지하화가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과 "사업이 확정된 상태에서의 지하화는 착공만 지연시킬 뿐"이라는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속초역사 및 노선 (반)지하화는 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공사비의 원인자부담 문제와 타당성 조사용역 시행 여부 등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