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류의 지배는 '돌팔매질'에서 시작됐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물리적인 힘에 기초해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계급은 어떻게 사라지게 됐을까. 스페인의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는 그 원인을 ‘돌팔매질’이라고 본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물질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었고, 돌팔매질은 인류 진화에 필수적이었다. 머리에 정확하게 돌멩이를 던질 줄 안다면 사나운 하이에나도 죽일 수 있다. 돌팔매질로 인해 인간은 신경계와 근육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돌팔매질을 대체하는 수단은 뭘까. 이들은 ‘험담’이 돌멩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저자들은 “험담은 누군가의 평판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대장이 될 자격을 빼앗아 버린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쓴 《루시의 발자국》은 인간과 진화를 주제로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사 전체를 소설처럼 풀어낸 논픽션 교양서다. 문인과 과학자인 두 저자의 대화 형식으로 돼 있으며,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가 길잡이 역할을 하며 인간이 얼마나 흥미로운 존재인지 부각시킨다. 또 돌팔매질과 험담처럼 오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식의 재미있는 비유와 설명도 곁들인다.

이들은 우리가 알거나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과 해석도 제시한다. 농업의 발명에 대한 얘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농업을 발명한 주체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아르수아가는 “남성들은 들소, 말, 매머드를 쫓아 온종일 돌아다녔다”며 “하지만 보통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왔을 것이고, 오히려 여성들이 캐온 지중식물이나 바다에서 잡은 갑각류와 같은 소소한 것들을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책엔 다양한 견해와 주장들이 담겨 있다. 이들은 놀이터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점을 얘기하고, 레스토랑에서 인간의 먹거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논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우리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고, 다시 미래의 누군가와 우리가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