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집처럼 드나들었는데 까맣게 몰라…진상 파악도 허둥지둥
입출항 위한 등록 시 위조서류 제출했지만 걸러내지 못해
등록 승인 후 해당 선박 고유번호만 사라져…항만공사 "경위 파악 어려워"
해수부, 위조 선박 입출항 드러나자 부랴부랴 시스템 개선
국적 불명 선박에 허점 드러낸 부산항 입출항 관리 시스템
선박 증명서를 위조해 국적이 불분명한 외국 배가 부산항을 수년간 10여 차례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은 선박 입출항 관리 시스템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부산항에 11차례 들어온 497t급 외국 냉동·냉장선 C호의 선박 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국내 대리점 A사가 2018년 11월 이 선박의 국내 항만 입출항을 위해 해수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PORT-MIS)에 등록할 당시 위조 서류를 제출했지만, 부산항에서 이 시스템을 위탁 운영하는 부산항만공사가 걸러내지 못했다.

특히 A사는 이 과정에 PORT-MIS에 이미 등록된 다른 선박의 국제해사기구(IMO) 번호를 잠시 삭제한 뒤 같은 번호를 C호에 입력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성사됐다.

IMO 번호는 차량의 차대번호처럼 특정 선박에 영구적으로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선박에 붙일 수 없다.

또 2016년부터 PORT-MIS에 선박을 등록할 때 IMO 번호를 반드시 입력하도록 했지만, C호의 경우 등록이 승인된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IMO 번호가 사라졌다.

이 같은 외국 선박이 정식 외항선으로 인정받아 2년여간 부산항을 10여 차례 드나드는 사이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물론 세관·출입국·검역(CIQ) 등 관계 당국이 전혀 문제점을 포착하지 못했다.

지난 4월 8일 부산항에 다시 입항한 C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민간인이다.

2017년 3월까지 시에라리온 선적으로 부산항에 드나들었던 외국 선박과 크기, 모양 등이 같은데 이름과 호출부호(콜사인) 등이 바뀐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항만 근로자의 신고로 해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선박 대리점이 위조한 서류로 선박을 등록할 경우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당시 문제의 선박 등록을 승인한 담당자가 퇴사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 같은 일이 부산항뿐만 아니라 전국 항만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PORT-MIS를 개선해 IMO 번호가 누락된 선박의 경우 해당 선박을 관리하는 담당자의 컴퓨터에 팝업 형식으로 알려줘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정보제공업체 IHS마킷 자료를 활용, PORT-MIS에 등록하는 선박의 IMO 번호가 다른 선박과 중복되는지 체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