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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인 19일 전국의 사찰에서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축하의 뜻을 담아 행하는 봉축법요식이 진행됐지만, 천년고찰인 전북 정읍의 내장사에서는 참회 법회가 엄숙하게 열렸다.
2012년 화재로 소실돼 3년 만에 재건됐던 대웅전이 지난 3월 사찰에서 수행하던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부처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 대웅전은 화재 이후 임시로 지어진 조립식 건물 형태로 바뀌었다.
조립식 건물 위에는 '큰 법당'이란 문구가 씌어있었으며 법당 안에는 불상 대신 부처님이 그려진 탱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큰 법당 앞에 모인 스님들은 자갈이 쌓인 맨땅에 무릎을 꿇고 참회했다.
"1천400년 유구한 역사의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하지 못한 저희의 허물을 국민들과 불자님들께 참회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으로 자신을 점검하고 경계해 청정과 화합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을 찾은 일부 불자는 스님들의 참회 3배에 안타까워했다.
내장사 측은 불자와 관광객들에게 참회 법회를 하는 연유를 설명하고 절편 등 간단한 음식을 나눠줬다.
정읍시는 2012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대웅전이 소실되자 성금과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건물을 복원했다.
165㎡ 규모인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八作)지붕을 이었다.
하지만 이 대웅전은 허망하게도 지난 3월 5일 승려 최모(54) 씨의 방화로 또다시 불에 타 40억원 안팎의 복원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지난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내장사 관계자는 "절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봉축법요식 등 어떤 공식 행사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참회 법회를 했다"면서 "대웅전 복원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천일기도가 끝나는 3년 후에나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