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민정책학회 김태환 회장은 "외국인 차별, 특히 중국 동포와 관련한 일반인의 인식은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우리가 설 곳이 없다'는 피해의식이 만연하다"걱정했다.
김 회장은 "10년,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다문화 수용지수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많은 기대가 있었는데 최근 제주 예멘 난민 논란 등 심상치 않은 기류들이 감지됐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사회 전반에 외국인, 이민에 대한 반감이 거세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 아시안 혐오가 '서구 중심 사상과 이들에 대한 열등감'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저개발국 출신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은 서구에 대한 열등감의 이면"이라며 "한민족 자긍심을 가졌지만 같은 민족인 중국 동포,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공존하는 것이 그 예"라고 진단했다.
한성대학교 오정은 이민·다문화연구원장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은연중에 서구 중심 사상이 발현되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에게 서구인의 모습을 기대하고 기대와 다른 외모와 행동을 보이는 아시아인은 무시, 나아가 혐오의 감정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양주 외국인복지센터 이영 센터장(성공회 신부)도 "내국인과 이주민의 이분법은 이주민을 우리 사회 밑바닥에 두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이주 노동자의 경우 비숙련 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은 다문화라는 틀 속에 한정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다문화 수용성 교육을 전 연령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향에 동의했다.
김 회장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이해 교육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고양이민자통합센터 김세영 대표는 "차별과 편견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들과 충분한 소통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감수성 교육과 다문화 이해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일반인을 위한 다문화 교육과 함께 특히 어린 학생을 위한 다문화 교육 과정이 중요하다"며 "한국인과 다른 점을 강조하거나 글로벌 인재는 서구적 인물로 묘사해온 것을 재검토하고 아시아 출신 외국인과 우리가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교육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 여성가족행복과 김건우 다문화 팀장도 "우리 국민에게 아세안을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이들도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겨넣어야 한다"며 조언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허오 대표는 "혐오 표현으로 공격받은 개인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아시안 혐오 바이러스를 막는 '방역'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