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시 징계' 변협 방침에 로톡 헌법소원 맞대응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 플랫폼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대한변협이 플랫폼에 가입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규정을 마련하자 플랫폼 업체인 '로톡' 측이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게 확장하는 법률 플랫폼 사업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지와 플랫폼이 국내 변호사 업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를 놓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법률 플랫폼 '로톡' 생존기로…변협과 전면전 양상
◇ 변협 "플랫폼 이용하면 징계" vs 로톡 "헌법소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플랫폼을 통한 홍보를 오는 8월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주는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면 징계하기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하 광고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5년, 대한변협이 2016년 각각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자 강수를 둔 것이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플랫폼인 로톡은 대한변협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의 10%가 넘는 4천여명이 가입하는 등 규모를 불려왔지만, 가입만으로도 대한변협의 징계 대상이 되면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한변협은 이에 그치지 않고 총회에서 변호사 윤리 장전을 개정해 플랫폼 이용 금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대한변협 총회는 31일로 미뤄졌다.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의 조치를 놓고 '말 바꾸기'라고 비판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수년 동안 공식 질의에 대한변협은 '로톡 광고는 합법'이라고 여러 차례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하루아침에 플랫폼에 광고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로앤컴퍼니는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대한변협의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률 플랫폼 '로톡' 생존기로…변협과 전면전 양상
◇ 홍보는 합법·소개는 불법…플랫폼 어떻게 봐야 하나
로톡을 비롯한 법률 플랫폼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는 변호사 홍보와 변호사 소개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에 달렸다.

변호사법 34조는 금품·향응 등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109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의 기능이 변호사 홍보에 있을 뿐 소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소개가 아니라 합법적인 광고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로톡의 업무가 변호사 소개·알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톡은 다른 홍보업체와 명백히 다르다"며 "어떤 홍보회사도 의뢰받은 광고에 자사를 함께 홍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로톡은 지하철 광고 등에서 변호사를 홍보하면서 자신도 노출하는데, 변호사 소개·알선이 아닌 단순한 홍보라면 스스로 홍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법률 플랫폼이 변호사 시장에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로톡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영업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로톡이 합법적으로 영업하려면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 소개·알선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가뜩이나 어려운데"…플랫폼 바라보는 복잡한 속내
표면적으로는 대한변협과 로앤컴퍼니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4천여명과 미가입 변호사들의 '집안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

로톡에 따르면 이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 중 실무 경력 10년 이하가 78.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평균 연차는 9년이었다.

경력이 짧은 젊은 변호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규모 법무법인에서는 홍보를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을 경력이 낮은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소속 변호사)에게 맡기는 게 다반사"라며 "홍보 창구가 마땅치 않아 로톡 같은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미 시장에 안착한 변호사들로서는 플랫폼 진입으로 변호사들의 몸값이 낮아지고 전체 시장의 파이를 법률 플랫폼이 떼어갈 것을 우려한다.

로톡을 허용하면 사실상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들이 종속되고, 로톡을 통해서만 의뢰인을 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법률 플랫폼을 수용한 젊은 변호사들과 플랫폼을 반대하는 기성 변호사들의 고민은 모두 변호사들의 수익과 관련돼 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포화 상태에 놓인 업계 위기감이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로톡을 둘러싼 갈등은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