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시대의 자본주의' 번역 출간

"트럼프의 경제학은 아마도 스테로이드를 맞은 미신 경제학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불평등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위기를 맞은 미국 사회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 책 '불만시대의 자본주의'(열린책들 펴냄)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 정권교체 전인 2019년에 출간된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보수 진영의 정책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해법으로 진보적 자본주의를 설파한다.

저자는 처방에 앞서 '부의 창조(wealth creation)'와 '부의 추출(wealth extraction)' 개념을 설명한다.

부의 추출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부를 가져오는 모든 행위'로 규정하고 국부의 진정한 원천은 부의 추출이 아니라 부의 창조에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국가가 부유해지는 데에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부를 빼앗아 오는 '부의 착취'와 혁신과 지식을 기반으로 부를 창출하는 '부의 창조'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며 "후자가 오늘날 세상 전체의 부를 창조하는 진정하고 유일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에서 부의 착취는 교묘하게 이뤄진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그들을 착취하거나 금융 분야에서는 약탈적 대출, 시장 조작, 내부자 거래 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의 수탈은 주로 부패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미국식 부패는 정부에 공급하는 물건의 가격을 더 높게 요구할 수 있는 법률(방위산업체 또는 제약회사) 혹은 공공에 귀속된 천연자원을 헐값에 사들이도록 허용하는 법률(석유·석탄 기업 등)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저자는 부의 추출 대신 신상품을 개발하고, 다른 이들이 모방하거나 추가적인 혁신을 통해 가치를 상승시키기 전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이런 형태의 부의 창조가 국가 경제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든다며 보수 진영의 낙수효과론을 반박한다.

저자는 "착취를 통해 부를 얻는 것은 부의 재분배에 불과하다"며 "이는 종종 피라미드 하층에서 돈을 끌어와서 상층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부는 실제로 파괴된다"고 단언한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직 상위 계층이 대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계속해서 강도질을 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계획만이 있을 뿐"이라고 맹비난한다.

책은 부자 감세와 이민 반대, 보호무역주의, 금융·환경 규제 철폐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정책들은 오늘날 미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기대수명을 낮추고, 국가재정을 악화시키고, 더 느린 성장의 시대로 몰고 갈 것이라는 점을 여러 논문에 근거해 설명한다.

부의 창조를 위한 방안으로 불평등을 줄이고 공정한 규칙을 설정할 것과 이민자를 비롯해 여성과 노인 등의 노동 참여를 확대할 것 등을 제안한다.

또 기업과 부유한 개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투자도 하지 않고 일자리도 만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늘어난 세수를 고등 교육 기관과 과학 기술, 사회 기반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집중된 부의 정치적 힘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민주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경제 개혁에 앞서 정치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의 기존 저서들인 '세계화와 그 불만',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불평등의 대가', '거대한 불평등', '1990년대의 경제 호황', '끝나지 않은 추락' 등을 기반으로 그 아이디어를 하나로 엮은 것이다.

박세연 옮김. 464쪽. 2만3천 원.
"부의 착취에서 부의 창조로"…스티글리츠의 미국 사회 구하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