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산업에선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대학 정원 확대를 넘어 고급 기술인재를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지난 16일 한 언론 칼럼 기고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30년 동안 세계를 재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사람', 인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양 의원은 그러면서 2018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재직 시절 '반도체학도'를 다시 만난 사연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를 그만두기 직전 만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출신 인턴이 몇 년 만에 양 의원을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회사는 요즘 어떠냐"라고 물었는데 이 학생은 인턴 후 9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는 삼성전자가 취업을 보장하며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설립한 학과"라며 "이미 많은 학생이 이곳을 졸업한 후, 인턴을 거쳐 반도체산업의 유망한 인재가 되었는데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 해 충격이었다"라고 했다.

양 의원은 "물론 공직에도 이공계 출신 공무원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청년이 고시·공시에만 집중한다면 인재 배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산업현장에서 연구개발과 신기술로 미래 경제를 이끌어야 할 인재들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30년 동안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인들의 선견지명과 과감한 투자, 정부 지원 등 수없이 많겠지만, 역시 '사람', 인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그 시절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를 만들고, 경북대 전자공학과, 부산대 물리학과 등 국립대를 중심으로 이공계 교육 역량을 키웠다"고 했다.

양 의원은 "여기서 배출된 인력들이 한국 반도체산업을 이끌어온 1세대들"이라며 "당시 이공계 인재 양성은 국가적 과제였고, 전국 수재들의 제1 지망은 서울대 공대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지금 반도체산업 인력을 둘러싼 한국의 상황은 잿빛"이라며 "현장에서 사람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 지는 이미 오래"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현장의 부족한 인력 규모는 2017년 1400명에서 2018년 1500명, 2019년 1600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양 의원의 설명이다.
양 의원은 "반도체 인력 부족은 산업 현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할 교육 현장에서도 그 수가 점점 줄어가는 경향이 확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구체적이고 치밀한 인재 양성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특히 반도체산업에선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대학 정원 확대를 넘어 고급 기술인재를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최근 정부가 반도체산업에 대대적 투자를 약속한 것과 관련 "510조원이라는 투자도 중요하지만 특히 반도체 기술을 좌우하는 핵심 인재를 키우고 지켜야 할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보다 절실한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지금처럼 이과 출신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등에만 매진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국 사회가 심각하게 공유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