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후 살 빼야…비만시 대장·유방암 위험↑
1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박상신 교수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 이상 자연 폐경 여성 4,485명의 자연 폐경 나이 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자연 폐경 연령과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유병률의 관계)는 대한보건협회가 내는 학술지 ‘대한보건연구’ 최근호에 실렸다.
전체 연구 대상 여성의 평균 자연 폐경 나이는 49.9세였다. 박 교수팀은 여성을 자연 폐경 나이에 따라 40∼44세 그룹, 45∼49세 그룹, 50∼54세 그룹, 55세 이상 그룹 등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자연 폐경 나이의 과소(過小)는 여성의 비만율에 영향을 미쳤다. 자연 폐경 나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그룹의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비만의 척도’인 체질량 지수(BMI)가 높을수록 자연 폐경 나이도 증가했다. 자연 폐경 나이가 55세 이상인 그룹의 비만율(BMI 25 이상)은 43.5%로, 45∼49세 그룹(33.0%), 50∼54세 그룹(35.8%)보다 높았다. 자연 폐경 나이가 40∼44세인 그룹의 비만율은 40.5%였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기존 메타 분석(meta analysis, 수년간에 걸쳐 이뤄진 여러 연구 결과를 모아 재분석) 연구에서도 과체중 또는 비만한 여성의 자연 폐경 나이가 많았다”며 “여성호르몬은 난소에서 주로 분비되지만, 비만한 여성의 지방조직에서 합성된 에스트라디올이 여성호르몬의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선 우리나라 여성의 자연 폐경 연령과 고혈압ㆍ당뇨병ㆍ고지혈증 유병률의 상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 20세 이전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여성의 폐경 나이는 낮았고, 50세 이후에 당뇨병에 걸린 여성의 폐경 나이가 많았다. 1형(소아형) 당뇨병 환자는 낮은 폐경 나이,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는 높은 폐경 나이를 나타냈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이른 폐경을 유도한다고 알려진 저체중ㆍ흡연 문제를 해소해 조기 폐경을 예방하면 여성호르몬의 혈관보호 효과를 더 길게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류승호 코호트연구센터 소장과 삼성서울병원 박혜윤(호흡기내과)·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장)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홍연수 박사 공동 연구팀은 우리나라 폐경기 여성 4만3822명을 조사한 결과 폐경이 시작되면 폐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폐 기능에 영향을 줄 만한 별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폐경 그 자체가 폐 기능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 전과 비교해 폐 기능 이상 유병률을 평가했을 때 폐경 초기는 1%에 머물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13%로 높아졌다. 폐경 이후 역시 폐경 이전보다 폐 기능 이상 유병률이 10% 더 높았다.
연구팀은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복부 비만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로 인해 흉부와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돼 숨쉬기 더 어려워진 것도 이유가 될 것"이라며 "폐경 전후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폐 건강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연구팀(제1저자 박재원, 장지원 가정의학과 전공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9~2014년 국가 건강검진 및 암 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 약 6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방암과 대장암 모두 폐경 전인 경우 비만에 따라 암 발생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폐경 후에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유방암은 정상체중군 (BMI 18.5-23)에 비교해 과체중(BMI 23-25) 11%, 비만(BMI 25-30)은 28%, 고도비만(BMI >30)은 54%로 각각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대장암 역시 정상체중에 비해 과체중은 6%, 비만은 13%, 고도비만은 24% 더 높았다.
신동욱 교수는 "폐경 전 후 비만이 유방암과 대장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이유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비만이 암을 일으키는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폐경 후에는 비만이 되기 쉽지만, 폐경 후 비만은 암 발생에 더 강한 영향을 주는 만큼 살이 찌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