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개 기업이 함께 신약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로의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합쳐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 초반부터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간 신약 개발은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계약만큼이나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활성화로 신약 개발을 위한 사기업 간 공동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복수의 사기업 간 공동연구계약은 산학협력단 등 학술기관과 이루어지는 공동연구계약과 본질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협상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훨씬 치열하게 진행된다. 산학협력단 등은 학술연구를 근간으로 하는 반면, 사기업은 공동연구 결과물을 통한 수익창출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각자의 권리확보와 이익의 공정한 배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발생하는 성과,
이익을 배분하는 원칙 설정이 가장 중요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사기업 간 공동연구계약은 합작투자 계약, 주주 간 계약 또는 동업계약에 비견된다. 합작투자계약은 각자 보유한 자산과 역량을 투자해 장기간 상호 협력함으로써 이익창출을 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긴 호흡이 요구되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공동연구계약은 특정 분야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기업이 다른 분야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기업과 협력하여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발생하는 성과와 이익을 배분하는 기본 원칙을 정하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합작투자계약 등에 있어 각 당사자의 기여 내용을 정하는 초기 협상부터 이견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동연구계약 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동연구 당사자의 역할과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첫 단추에서부터 의외의 복병을 만난다. 양 당사자의 역할과 협력범위를 개괄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동연구협력 양해각서(MOU)와 다르다.

상업화를 통한 수익창출을 최종 목표로 하기 마련인 사기업 간 공동연구계약의 경우 해당 공동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연구개발의 단계가 어디까지인지,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공동연구의 단계별로 맡을 역할이 무엇인지 등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예를 들어 공동연구에 사용될 물질의 제공자, 세포 단위나 동물모델 실험을 수행할 당사자 등을 공동연구계약에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공동연구의 보다 상세한 내용은 물론 연구계획서에 기술될 것이나 적어도 연구계획서의 기틀이 될 기본 내용은 공동연구계약 협상 시점부터 당사자들 간 합의를 도출하여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공동연구에 있어 당사자의 역할과 업무범위는 연구 성과물 귀속에 관한 계약협상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위의 예시에서 공동연구에 사용될 물질을 제공한 자가 누구인지, 인버트로(in vitro) 실험은 어느 당사자의 부담으로 진행되는지 등 업무범위와 역할에 따라 각 당사자가 보유할 연구성과물의 공유지분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 단계 중 후보물질 선정이나 전임상시험까지만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임상시험 이후부터는 해당 공동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들 중 어느 일방이 주도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후속 연구개발을 주도하지 않을 예정인 당사자는 연구성과물의 귀속 정도에 따라 후술하는 바와 같이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유지분 비율에 관한 계약협상에서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동연구가 종료된 후 연구성과물 사용 권한 철저하게 따져봐야
사기업 간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는 상업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 상업적 목적으로 연구성과물을 사용 및 실시할 권한을 가진 자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둘 필요성이 있다.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기업 간 우호적 관계를 위하여 당사자들 모두 연구성과물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이를 자유롭게 사용 및 실시하도록 규정해줄 것을 필자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러나 공동연구 종료 후 후속 연구에 있어서까지 당사자들 간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한 복수의 사기업 모두 연구성과물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 및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할 경우 오히려 해당 사기업 간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신약 개발의 궁극적 목적을 저해하고 수익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상업적 목적의 사용 및 실시 권한을 가질 자가 누구인지 가급적 미리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로 인해 상대방이 상업적 목적의 사용·실시 권한을 남용할 것이 염려된다면 기간 등 제한 규정을 두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공동연구가 종료된 이후 후속 연구개발을 주도할 당사자는 신약 개발 단계에 따라 마일스톤, 실시료 등으로 구성되는 이익배분을 하게 된다. 이때 협상 지연이나 상대방과의 우호적 관계가 단절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익배분에 대해서는 공동연구계약에 정하지 않고 공동연구의 성과가 도출된 시점에 별도로 정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특히 후보물질 선정이나 전임상시험까지만 관여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는 불리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약 개발의 나머지 과정을 주도할 자금이나 인력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당사자는 이러한 이익배분을 미리 정해둘 것을 권장한다.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사기업 간 공동연구계약은 학술기관과의 공동연구와 달리 향후 신약 개발 정도에 따른 수익창출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신약 개발의 특성상, 공동연구 종료 이후의 상황까지 예상하여 계약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저자 소개>

이여원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50회 합격, 사법연수원 40기 수료 후 2011년부터 제약·바이오 및 금융 분야를 주력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LG생명과학, LG화학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