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악흥을 넘어 오래가는 감동을 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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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리뷰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이제 예술적인 측면과 문화 저변 확대 측면에서 국내 클래식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핵심적인 주제를 두고 작품과 편성에 있어 실내악의 다양성을 선보이는 기획의 일관성, 국내외 최정상 연주자들의 뛰어난 해석이 내는 시너지로 매년 이 축제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관객층이 형성되고 있다.
공연 3일 차인 지난 15일 공연은 관객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
1부 마지막 곡이었던 신박 듀오의 슈베르트 판타지가 끝나고는 관객석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좋은 곡이 있었는지 몰랐어"라든지 "숨도 못 쉬고 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이렇게 이날 공연은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을 넘어섰다.
작곡가가 악보에 담아 놓은 정수가 관객에게 전달될 때 그것은 잊힐 수 없는 악흥의 순간으로 각인된다.
새로운 아름다움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황혼'이라는 부제를 단 이날 공연은 여러 작곡가의 만년에 나온 걸작들을 선보였다.
공연 1부 첫 곡은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첼리스트 강승민, 피아니스트 김영호가 협연한 쿨라우의 삼중주였다.
고전 시대의 덴마크 작곡가 쿨라우는 다양한 플루트 문헌을 음악사에 남긴 작곡가다.
매끄럽고 투명한 선율선으로 플루트의 매력을 살린 이 작품을 최나경은 탁월한 기교와 싱싱한 에너지로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유희적인 쾌활함이 지배적이었으나 세 악기가 빚어내는 상이한 질감과 역동적인 리듬이 흥미로웠다.
강승민의 첼로는 매끄럽게 흐르며 반짝이는 최나경의 첼로에다 마찰과 굴곡을 더해주었고, 김영호의 피아노도 관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두 번째 곡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쇼송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품이었다.
이미 자기 음악 어법을 확립한 시기 작품이어서 프랑크의 구조적 아름다움, 명상적 깊이와 더불어 인상주의풍의 다채로운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첼리스트 강승민은 탁월한 몰입력을 선보였다.
그의 보잉(활 주법)은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도 셈여림에 따라, 또한 악구의 전환에 따라 그때그때 역동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지속적인 호연을 기대할 만한 연주였다.
신박 듀오는 지난 2013년 결성 이후 슈베르트 콩쿠르, ARD 콩쿠르 등 세계 무대를 연이어 정복하며 최고의 피아노 듀오로 거듭난 뒤 더없이 '관계적인' 음악들인 듀오의 풍성한 세계를 알리고 있다.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는 영원히 떠도는 발걸음을 계속할 것 같은 방랑자적인 모티프와 죽음을 눈앞에 목도한 듯한 공포와 광기,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진 명곡이다.
이날 연주는 몇 가지 점에서 참된 슈베르트를 드러내 줬다.
신박 듀오는 계속 반복되는 곡의 중심 모티프를 냉정하리만큼 차분하게 반복하며 줄곧 안정된 호흡을 지켜냈다.
'방랑자' 주제가 곡의 기둥이라면 그 사이 에피소드에서는 거의 즉흥적이라고 할 만한 감정적 분출이 드러나는데 신미정과 박상욱은 완벽한 유기체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만년 슈베르트의 핵심적 표현인 서정성과 공격성의 날 선 대비 또한 압권이었다.
관객은 곡의 마지막 음의 타격과 그 잔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음악 안에 머물렀다.
그 뒤에 따르는 고요까지도 기다리며 끝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신박 듀오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슈베르트를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최고의 안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공연이다.
제2부는 국내 최정상의 실내악단인 아벨 사중주단이 베토벤 현악 사중주 15번 작품 132를 선보였다.
이 무대는 국내 실내악이 얼마나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는지를 보여줬다.
아벨 사중주단은 연주 시간 약 45분에 이르는 이 대곡의 전체를 훌륭하게 조망했다.
물론 이 명곡 안에는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는 제3악장 '감사의 노래'를 작품의 정점으로 해석했다.
겸허하고도 명상적인 깊이가 있는 3악장이 중심을 잡아줘 비극적인 여운이 강한 1악장과 이를 극복하고 삶을 긍정하는 5악장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표현됐다.
세부 효과에 집착하다가 전체를 잃어버리는 연주들이 아직도 많기에 이번 아벨 사중주단의 해석은 반가웠다.
바이올린 윤은솔·박수현, 비올라 문서현, 첼로 조형준 이 네 명의 연주자들은 표현적이기보다는 담담하고 관조적인 베토벤을 그렸지만, 그러면서도 세부의 악구 표현, 성부 간의 호흡에 있어서 단단한 결속을 드러냈다.
음악에 헌신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속에 음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일깨웠을 것이다.
순간의 악흥을 넘어 오래 살아남는 감동을 선사한 모든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연합뉴스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이제 예술적인 측면과 문화 저변 확대 측면에서 국내 클래식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핵심적인 주제를 두고 작품과 편성에 있어 실내악의 다양성을 선보이는 기획의 일관성, 국내외 최정상 연주자들의 뛰어난 해석이 내는 시너지로 매년 이 축제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관객층이 형성되고 있다.
공연 3일 차인 지난 15일 공연은 관객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
1부 마지막 곡이었던 신박 듀오의 슈베르트 판타지가 끝나고는 관객석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좋은 곡이 있었는지 몰랐어"라든지 "숨도 못 쉬고 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이렇게 이날 공연은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을 넘어섰다.
작곡가가 악보에 담아 놓은 정수가 관객에게 전달될 때 그것은 잊힐 수 없는 악흥의 순간으로 각인된다.
새로운 아름다움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황혼'이라는 부제를 단 이날 공연은 여러 작곡가의 만년에 나온 걸작들을 선보였다.
공연 1부 첫 곡은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첼리스트 강승민, 피아니스트 김영호가 협연한 쿨라우의 삼중주였다.
고전 시대의 덴마크 작곡가 쿨라우는 다양한 플루트 문헌을 음악사에 남긴 작곡가다.
매끄럽고 투명한 선율선으로 플루트의 매력을 살린 이 작품을 최나경은 탁월한 기교와 싱싱한 에너지로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유희적인 쾌활함이 지배적이었으나 세 악기가 빚어내는 상이한 질감과 역동적인 리듬이 흥미로웠다.
강승민의 첼로는 매끄럽게 흐르며 반짝이는 최나경의 첼로에다 마찰과 굴곡을 더해주었고, 김영호의 피아노도 관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두 번째 곡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쇼송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품이었다.
이미 자기 음악 어법을 확립한 시기 작품이어서 프랑크의 구조적 아름다움, 명상적 깊이와 더불어 인상주의풍의 다채로운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첼리스트 강승민은 탁월한 몰입력을 선보였다.
그의 보잉(활 주법)은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도 셈여림에 따라, 또한 악구의 전환에 따라 그때그때 역동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지속적인 호연을 기대할 만한 연주였다.
신박 듀오는 지난 2013년 결성 이후 슈베르트 콩쿠르, ARD 콩쿠르 등 세계 무대를 연이어 정복하며 최고의 피아노 듀오로 거듭난 뒤 더없이 '관계적인' 음악들인 듀오의 풍성한 세계를 알리고 있다.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는 영원히 떠도는 발걸음을 계속할 것 같은 방랑자적인 모티프와 죽음을 눈앞에 목도한 듯한 공포와 광기, 슈베르트 특유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진 명곡이다.
이날 연주는 몇 가지 점에서 참된 슈베르트를 드러내 줬다.
신박 듀오는 계속 반복되는 곡의 중심 모티프를 냉정하리만큼 차분하게 반복하며 줄곧 안정된 호흡을 지켜냈다.
'방랑자' 주제가 곡의 기둥이라면 그 사이 에피소드에서는 거의 즉흥적이라고 할 만한 감정적 분출이 드러나는데 신미정과 박상욱은 완벽한 유기체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만년 슈베르트의 핵심적 표현인 서정성과 공격성의 날 선 대비 또한 압권이었다.
관객은 곡의 마지막 음의 타격과 그 잔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음악 안에 머물렀다.
그 뒤에 따르는 고요까지도 기다리며 끝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신박 듀오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슈베르트를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최고의 안내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공연이다.
제2부는 국내 최정상의 실내악단인 아벨 사중주단이 베토벤 현악 사중주 15번 작품 132를 선보였다.
이 무대는 국내 실내악이 얼마나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는지를 보여줬다.
아벨 사중주단은 연주 시간 약 45분에 이르는 이 대곡의 전체를 훌륭하게 조망했다.
물론 이 명곡 안에는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작품의 중심에 놓여 있는 제3악장 '감사의 노래'를 작품의 정점으로 해석했다.
겸허하고도 명상적인 깊이가 있는 3악장이 중심을 잡아줘 비극적인 여운이 강한 1악장과 이를 극복하고 삶을 긍정하는 5악장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표현됐다.
세부 효과에 집착하다가 전체를 잃어버리는 연주들이 아직도 많기에 이번 아벨 사중주단의 해석은 반가웠다.
바이올린 윤은솔·박수현, 비올라 문서현, 첼로 조형준 이 네 명의 연주자들은 표현적이기보다는 담담하고 관조적인 베토벤을 그렸지만, 그러면서도 세부의 악구 표현, 성부 간의 호흡에 있어서 단단한 결속을 드러냈다.
음악에 헌신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속에 음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일깨웠을 것이다.
순간의 악흥을 넘어 오래 살아남는 감동을 선사한 모든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