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직후부터 폭행하고 굶겨…잘못인 줄 알면서 학대"
'정인양 학대' 내용 담긴 양부모 카톡…법원, 증거 인정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숨지게 한 양부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14일 1심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유죄 증거로 인정했다.

판결문 속 대화 기록을 보면 양모 장씨는 지난해 3월 6일 오후 5시 26분께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어. 대신 오늘 폭력 안 썼다"고 남편에게 보냈다.

이에 양부 안모씨는 "아침부터 그러더니 짜증이 갈수록 느는 거 같애"라고 했고, 장씨는 "나 때문이긴 한데 그래도 짝나(짜증나)"라고 답했다.

이들이 정인양을 집으로 데려온 1월 17일로부터 1개월여 지난 시점에 이미 폭행과 굶기기 같은 학대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도 나왔다.

양부 안씨는 딸을 "귀찮은 X"이라거나 "개진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안씨가 "데리고 다니기 짱나니까(짜증 나니까) 집에 둘래? 내가 집으로 갈게요"라는 내용을 보내자, 양모 장씨는 "집에 둘 거니까 오지마"라고 답한 것에서 이들이 거리낌 없이 정인양을 집에 방치한 정황도 드러난다.

양부모는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식사 문제로 지난해 9월 나눈 카톡 대화 속에서 장씨는 "이러다가 벌 받을까봐 걱정되고 무서워"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신체적·정서적 학대 속에 정인양의 건강은 시들어갔다.

실제로 정인양은 입양 직전인 2019년 12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키와 몸무게가 또래 100명 중 87번째에 해당할 정도로 발육 상태가 양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듬해 9월 소아과 의사가 학대 정황을 포착해 신고할 정도로 왜소해져 있었다.

정인양은 한 달 뒤 장간막·췌장 파열 등으로 숨졌다.

재판부가 공개한 마지막 대화는 정인양이 사망한 날 아침이다.

부부는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장씨), "그게 좋을 거 같아요ㅠ 자기가 번거롭겠지만ㅠ"(안씨)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장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내의 폭행과 학대를 방조한 혐의를 받은 안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