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점·라마단 관련 행사서 확진자 이어져…언어 문제로 역학조사 지연 우려
김해 외국인 집단 감염 17명 발생…지역사회 추가 확산 우려(종합)
최근 외국인 운영 식료품점과 이슬람권 종교행사를 매개로 경남 김해지역 외국인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언어적 문제로 역학조사가 다소 지연될 수 있다며 관련자들이 신속한 검사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14일 도와 김해시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김해 외국인 집단 감염은 지난 12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부부가 운영하는 동상동 '우즈벡임(UZBEGIM)'에서 가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주 가족 2명이 12일 최초 확진을 받은 데 이어 13일과 이날에 걸쳐 나머지 가족 3명도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일가족 5명 중 3명은 업주 부부의 자녀로, 재학 중인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상태여서 다행히 등교는 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이들 가족에게서 '며칠 전부터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우즈벡임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13일 오전 김해시내 5곳에서는 국적별로 대규모 라마단 종료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슬람에서는 한 달여 간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면 이를 기념하는 축제인 르바란 연휴가 시작되는데, 이를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라고 한다.

'다시 영적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이슬람 사원에 모여 기도하는 행사를 한다.

이슬람의 2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

시는 이 행사가 열린 5곳 중 우즈베키스탄인이 참석하는 가야테마파크 주차장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우즈벡임 방문객들이 해당 행사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또 종교행사를 금지하면 행사가 음성화할 가능성이 있고 자칫 방역 활동에 더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시와 경찰의 지도·감독하에 행사를 열도록 했다.

참석자들은 음식 섭취는 삼가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며 예배를 끝낸 뒤 해산했다.

행사 참석자 900여명 가운데 143명은 우즈벡임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것 같다는 등 이유에서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는 음성으로 나왔다.

이 밖에 2명은 우즈벡임 방문자로 라마단 관련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시로부터 안내 문자를 받고 검사를 받아 확진됐다.

이로써 우즈벡임과 라마단 관련 행사로 김해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외국인은 모두 17명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우즈벡임을 방문한 외국인과 도민들에게 신속히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검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진영공설운동장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아직 해당 운동장에서 검사를 받은 외국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는 라마단 관련 행사 당시 안심콜 또는 수기 명부 작성으로 관련자들 명단을 확보해뒀다며 지속해서 검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돼 일요일인 16일까지 운동장 선별진료소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우즈베키스탄인이 많이 다니는 업체 등을 대상으로도 검사를 받으라고 계속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으로 역학조사가 원활하지 않거나 늦어질 가능성도 지역사회 추가 확산을 우려하게 한다.

신종우 도 복지보건국장은 "언어 부분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며 "확진자 발생 시 본인 진술에 따라 동선을 파악하고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데 한국어 소통이 안 되는 분들에 대해서는 역학조사관과 함께 통역사를 대동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언어 사용 가능자 10명 정도를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우즈베키스탄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검사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