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용인·평택, 삼성과 인연 내세워 유치전 뛰어들어…엇박자 행정 지적도
경기도는 14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을 경기북부 미군공여지에 건립하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수원·용인·평택 등 경기 남부 지자체들은 삼성과의 인연을 내세워 개별적으로 유치전에 나서거나 나설 전망이어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간 행정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국토 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되고 역차별받은 경기북부 주민들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국가 주도로 미군 반환공여지에 국가문화시설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경기북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미군 반환 공여지 20곳(반환 면적 4천833만㎡ 중 개발 활용 면적 1천262만㎡)이 의정부·파주·동두천 등 3개 시에 있다.
도는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유치에 필요할 경우 이들 시군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 변경도 해당 시군과 협의할 예정이다.
김종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미군기지 주변 지역 주민은 국가안보를 위해 지역발전 제약, 소음 공해, 도시 이미지 훼손 등을 반세기 넘게 겪어 왔다"며 "국립문화시설이 한 곳도 없는 경기도의 미군공여지를 활용해 국가 주도로 추진할 경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북부 지역은 4천266㎢ 전체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규제 지역이며 그중의 42.8%가 팔당특별대책지역·군사시설보호구역, 11.7%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남부 시군 지자체들도 저마다 삼성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호암미술관, 에버랜드를 보유한 용인시는 이건희 미술관까지 조성되면 대를 이어 수집한 삼성 컬렉션의 원스톱 투어도 가능할 것이라며 유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가 묘역이 있는 수원시의 경우 염태영 시장이 지난 12일 온라인 시민 대담에서 "유치할만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고, 정부에 유치 의사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시도 최적의 명분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단원 김홍도와 인연을 강조해온 안산시도 김홍도와 관련한 작품은 안산에 기증해 달라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한 상태다.
용인시 관계자는 "남부 도시들이 유치에 노력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경기도의 (미군 공여지 내 유치) 건의가 아쉽다"면서 "그래도 우리시는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 유족 측은 이 회장 소유의 미술작품 2만3천여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기증받은 미술품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