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세종硏 수석연구위원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도그마"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선택은 군사적 효용이 크지 않고 오히려 유사시 북한을 선제 군사행동에 나서게 만들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4일 세종연구소와 '핵비확산 및 핵군축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리더십 네트워크(APLN)' 등이 공동주최한 국제세미나 '동북아시아 핵도미노?: 북한 핵위협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발제를 맡아 이처럼 주장했다.

김 위원은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통한 핵 공유 체제에 대해서는 군사적 효용성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핵무기가 물리적으로 한반도에 없더라도 해상 발사나 괌에서 발진한 폭격기를 통해 충분히 핵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북한의 최우선 표적이 되는 전술핵의 존재는 유사시 북한의 선제적 군사행동을 압박하는 위기 불안정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비핵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도그마(독단적인 신조)일 수 있다"며 "억제는 정권 붕괴 등 상대가 두려워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에 있지, 그 수단이 핵무기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지나친 불신이나 과도한 비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냉전 시기에 미국은 구소련의 핵미사일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서유럽을 성공적으로 보호한 바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른바 '나토식 핵 공유' 등을 통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나토의 핵 공유는 NPT 이전의 일이어서 소급 적용이 어려웠지만, 한반도의 핵 공유 협정은 신규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상황이 다르다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한미 간 핵 공유를 추진하면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핵보유국들도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우려했다.

김지윤 민주주의학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은 50∼70%대로 높지만, 한미동맹·국제사회 제재·경제적 피해 등 조건을 제시하면 핵 보유에 찬성하던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