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장관 공석 사태가 길어지면서 각종 교통 분야 중장기 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변창흠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국토부 수장의 빈자리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 검증 과정에서 이른바 '관사 재테크 논란' 등이 일었던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이 미뤄지면서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국토부에 산적한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도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교통 분야가 주거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 국토부가 풀어야 할 교통 분야 과제도 만만찮다.
◇ 도로망·철도망 등 중장기 계획 수립…갈등 중재 역할 시급
특히 올해는 도로·철도·공항 등 교통 SOC 중장기계획이 수립·시행되는 해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다.
우선 올해 상반기 안으로 확정·고시해야 할 교통 분야 최상위 기본계획으로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이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공청회를 열어 구축계획안 초안을 공개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지자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경우 '김부선'(김포∼부천) 논란을 빚는 등 지역민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도로 분야도 굵직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2021∼2025)과 고속도로 5개년 계획(2021∼2025)과 관련 기재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도로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도 공청회 등을 마치고,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교통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21∼2040)도 초안을 마련해 이달 안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교통물류기본계획, 국가물류기본계획, 자율주행교통물류기본계획 등이 상반기 내 완료를 목표로 수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교통 분야 중장기 계획은 지역의 숙원사업과 관계가 밀접한 데다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주무장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덕도신공항 추진 '발등의 불'…제2제주공항도 난제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마무리해야 할 과제로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도 있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김해신공항 백지화 논란 등을 이유로 계획 수립이 반년 가까이 지연된 상태다.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는 김해신공항 대신 추진되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기본 구상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또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안전성, 환경성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치밀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각종 쟁점을 정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사타 용역은 두 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개최 전 신공항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토부 장관의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 제주공항 건설도 난제다.
제주도 내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제주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고, 사업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은 찬성이 우세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제2공항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바 있다.
현재 제2공항과 관련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국토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주무부처 수장의 공백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을 더는 키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 PM법·모빌리티 활성화법 등 조속 처리…택배 갈등도 풀어야
각종 교통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개인형 이동 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PM법), 모빌리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교통시설의 대심도 지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3개의 제정 법률이 관심을 끈다.
이 가운데 PM법은 PM 대여사업 신설, 사업자의 보험 의무화, 거치 제한시설 지정 등 모빌리티 이용자 안전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빌리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모빌리티 특화형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골자로 하며, 교통시설의 대심도 지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지하 40m 이상 깊이의 대심도 공간에 교통시설 건설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택배 종사자 보호를 위한 택배 거래·가격구조 개선안 마련,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에서 불거진 배송 거부 사태 해결 등의 현안도 새 장관에게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새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의 안착을 위해 기존 택시 사업자와 플랫폼 기업 등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통 분야에 다양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관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첨예한 이해관계 조정 능력이 필요한 교통 현안 해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노형욱 국토부·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이달 14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3인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