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15일 한파주의보 속 수은주 영하 0.5∼1.5도 곤두박질
개화기 사과·복숭아 직격탄…충북 피해 798.7㏊, 2주만에 3.3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골짜기로 갈수록 과일 꽃눈이 많이 얼었어요.

피해가 꽤 심각한 수준이에요"
사흘간 꽃샘추위에 사과꽃 '꽁꽁'…올해 과일농사도 '먹구름'
지난달 중순 '꽃샘추위'가 불어닥친 보은지역 사과밭을 둘러본 충북도 공무원은 예상보다 큰 냉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공무원은 "이 지역의 수은주가 다른 지역보다 다소 높았는데 골짜기나 분지의 과수원에서는 꽃눈이 많이 얼어 죽었다"며 "올해 수확량이 어떨지 내심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저온 현상이 발생한 후 충북지역 과수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각 시·군이 접수한 저온 피해 면적은 지난달 25일까지 240㏊였으나 2주일 뒤인 이달 7일 3.3배 많은 798.7㏊로 늘었다.

작목별로는 사과가 471.1㏊로 가장 많고 복숭아 211.9㏊, 자두 41.5㏊, 포도 31㏊, 배 25.4㏊이다.

지역별로는 보은 255.6㏊, 영동 156.6㏊, 괴산 92.7㏊, 단양 85.1㏊, 청주 78.7㏊ 순이다.

피해 접수는 이달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어서 냉해 면적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충북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때는 지난달 13일 오후 10시이다.

이 주의보는 15일 오전 10시 해제됐는데, 그날 새벽이 가장 추웠다.

사흘간 꽃샘추위에 사과꽃 '꽁꽁'…올해 과일농사도 '먹구름'
수은주는 영동 영하 1.5도, 괴산 영하 1.2도, 보은 영하 0.5도를 가리켰다.

개화기 사과나 배의 꽃눈은 영하 1.7도 이하, 복숭아는 영하 1.1도 이하일 때 얼게 되는데 피해 발생 과수원 대부분은 냉기가 오래 머문 골짜기나 분지에 집중된다.

꽃샘추위가 사과꽃이 한창 피던 시기(지난달 11∼20일)와 맞물려 사과 농가의 피해가 컸다.

개화가 다소 이른 복숭아는 피해가 조금 덜했다.

개화기 냉해는 수확량 감소로 직결된다.

작년에도 4월 초 저온 현상과 7∼8월 폭우·태풍 피해가 이어지면서 복숭아와 사과 등 과일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다.

이 때문에 추석 전후 과일값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뛰었지만, 구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재배 농가가 울상을 짓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저온 피해가 생기자 농가 시름도 커지고 있다.

보은에서 2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모(63)씨는 "씨방이 시커멓게 변해버려 올해 농사 역시 망친 것 같다"며 "사과가 제대로 달리지 않고 설령 달려도 모양이 성치 않아 상품가치를 잃게 된다"고 탄식했다.

이런 사정은 영동이나 괴산, 단양도 마찬가지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손을 바삐 놀려야 할 시기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농민들은 맥이 풀린 분위기다.

충북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열매가 크는 것을 보면서 시커멓거나 주변 열매보다 작은 것을 솎아주는 등 과실이 안정적으로 클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