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연극 '안녕, 여름'
권태기에 빠진 결혼 6년 차 부부 태민과 여름. 1년 전 둘은 아이를 갖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태민은 아내 몰래 바람마저 피우려 한다.

배우를 꿈꾸는 젊은 여자 란과 사진작가 지망생 동욱, 따뜻한 마음을 지닌 게이 조지가 등장하고, 부부에게 감춰진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11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는 우리의 일상처럼 평범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오고 가슴마저 적시는 연극 '안녕, 여름'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작품은 일본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의 희곡 '이번에는 애처가'를 원작으로 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그 남자가 아내에게'란 일본 영화로 먼저 소개됐고, 연극으로는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가 제작을 맡아 2016년 초연했다.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연극 '안녕, 여름'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오키나와 여행 1년 후 태민과 여름의 관계, 란을 향한 동욱의 애틋한 사랑, 등장인물들을 보듬어주고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조지의 사려 깊은 마음씨 등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장면이 시연됐다.

작품은 사랑과 결핍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너무 무겁지 않고, 평온하고 경쾌하게 보여준다.

특히 캐릭터들이 만드는 유쾌한 상황과 성에 대한 솔직한 대사 등은 웃음을 선사하고, 후반부에는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반전도 숨어 있다.

주요 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루피나 연출은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모두가 결핍돼 있다.

그래서 결핍을 가진 인물들의 관계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를 고민했다"면서 "바로 조지는 결핍된 사람들을 묶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조지는 조금 과장된 몸짓과 대사를 보여주며 다른 사람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품어준다.

조지 역의 남명렬은 "처음에는 정형화된 게이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대본을 보며 정형화된 연기를 하는 게 전체 캐릭터와의 조화에 더 어울릴 것 같아 과장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연극 '안녕, 여름'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 서는 배우는 이예은, 반정모, 이지수, 박가은 등 넷이다.

여름 역의 이예은은 첫 연극 도전에 대해 "재미있었고 잘한 선택이었다"며 "무대에서 일상의 언어로 공연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연기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란 역의 박가은은 "뮤지컬 '검은사제들'로 데뷔하고 이번에 연극은 처음 한다"면서 "뮤지컬은 노래, 조명, 안무로 보여주는데 연극은 연기로 무대를 채워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많은 분이 도와줘 부담이 재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출연하는 태민 역의 송용진은 "결혼 7년 차인데 부부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된다.

초연 때는 원작에 가깝게 나쁜 남자 스타일로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착한 남자로 바꿔봤다"면서 "특히 부부들이 공연장에 오면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루피나 연출은 "마음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며 "이 작품은 요즘처럼 힘들고 기댈 곳 없는 상황이 많을 때 다독다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보듯 편하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연극 '안녕, 여름'
태민 역에는 배우 송용진·장지후·정원조, 여름 역에는 배우 박혜나·이예은이 캐스팅됐다.

조지 역은 배우 남명렬·조남희가 맡고, 동욱 역은 박준휘·조훈·반정모, 란 역은 이지수·박가은이 연기한다.

공연은 6월 20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