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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을 쓰는 왼쪽 풀백인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이기제(30)가 벤투호의 왼쪽 풀백 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기제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두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14라운드 원정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왼쪽 중원 지역에서 20m짜리 왼발 중거리슛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시즌 3호골이었다.
수원은 전북을 상대로 3-1 승리를 따내면서 최근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 행진을 벌이며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올해 수원은 2000년 이후에 태어난 매탄고 출신의 정상빈(19), 강현묵(20), 김태환(21) 등 '매탄 소년단'이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정상빈은 포워드, 강현묵은 미드필더, 김태환은 오른쪽 윙백이다.
이번 전북전에서도 '매탄 소년단'의 활약은 눈부셨다.
정상빈은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고, 강현묵과 김태환 역시 U-21 규정과 상관없이 수원의 핵심 멤버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매탄 소년단'의 맹활약은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30대 중년단'도 수원의 상승세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요소다.
30대 중년단의 핵심 멤버는 바로 왼쪽 풀백 이기제다.
이기제는 돌고 돌아서 수원의 식구가 됐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2년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기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제츠FC(호주)를 거쳐 2016년 울산 현대를 통해 K리그 무대에 늦깎이 데뷔했다.
수원은 2018년 왼쪽 자원인 김민우가 입대하자 대체 선수로 이기제를 영입했다.
이기제는 같은 해 입단한 박형진(31)과 경기를 절반씩 나눠 뛰며 치열한 포지션 경쟁에 나섰다.
이기제는 수원이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할 때 왼발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8년 시즌을 마친 이기제는 입대를 선택했지만 부상 이력과 나이 문제로 상무 입대가 좌절돼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20년 가을 수원으로 돌아왔다.
수원으로 복귀한 이기제의 어깨는 무거웠다.
수원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던 홍철이 울산으로 이적하면서 이기제가 왼쪽 윙백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이기제는 2020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왼쪽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비록 '언송 히어로(unsong hero)로 팬들의 칭찬을 받았고, 이번 시즌 이기제는 수원의 3-5-2 전술에서 왼쪽 윙백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9월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박건하 감독은 애초 4-4-2 전술을 선호했지만 왼쪽 윙백 이기제와 오른쪽 윙백 김태환 조합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스리백 전술을 가동하게 됐다.
박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2019년 수원에서 데뷔한 김태환은 '매탄 소년단'의 일원으로 급성장했고, 이기제는 고참 선수로 공격과 수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기제는 팀이 세트피스 전담 키커를 맡고 있고, 번뜩이는 왼발킥으로 이번 시즌 3골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북전에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을 찾았고, 이기제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득점은 물론 왼쪽 윙백 역할도 확실히 하면서 왼쪽 수비수 자원이 부족한 벤투호의 대안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
전북전을 승리로 이끈 박건하 감독은 이기제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믿음을 주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며 "기존의 잠재력이 이번 시즌 다시 살아나고 있다.
득점도 하고 꾸준히 출전도 하면서 자신감도 올랐다"고 칭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