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이건희컬렉션…이중섭·이상범 희귀작 '눈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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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1천488점 세부 공개…유영국 187점 최다
7월 덕수궁관 전시서 첫선…8월부터 서울관 특별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이중섭의 '흰 소'(1953~54), 청전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 등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존하는 이중섭의 '흰 소'는 약 5점뿐이다.
소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흰색은 조선인의 색으로 인식돼 더 상징성이 크다.
기증 작품은 1972년 개인전과 1975년 출판물에 등장했으나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는 안중식의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존재만이 알려진 작품이었으나 이번 기증으로 약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역시 1980년대 이후 실제로 보기 어려웠지만, 다시 감상할 기회가 마련됐다.
◇ 근대작가 중심 회화·판화·한국화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이 작품들을 포함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의 기증미술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기증품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천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천488점(1천226건)이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다양한 장르 작품이 포함됐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 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30년 이전 출생해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이 약 860점으로 약 58%를 차지했다.
작가별로는 유영국이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등),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으로 집계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증이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1950년대 이전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다.
◇ 8월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기증품에는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의 한국화 대표작이 대거 포함됐다.
이상범의 '무릉도원도' 외에 노수현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대작 '군마도'(1955) 등이 있다.
소장품 구입 예산이 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하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있다.
근대미술 희귀작이 여러 점 기증된 점도 의의가 있다.
나혜석 작품 진위평가의 기준이 되는 '화녕전작약'(1930년대),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여성 화가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만 전해지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 등이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의 해외 거장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소장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7월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서 도상봉의 회화 등 일부 작품이 첫선을 보인다.
본격적인 공개는 8월부터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 전에서 이뤄진다.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 전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과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기증 작품이 소개된다.
과천관, 청주관에서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지역 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연다.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만점 시대 열려
7일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고가이고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의 대표작 100점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약 1천500점 기증으로 이어졌다"라며 "엄청난 컬렉션이 미술관에 오게 돼 감사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미술관 건립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으로는 미술관은 많을수록 좋다"며 "특별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본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고미술부터 서양 현대미술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다양성이 특징"이라며 "오랜 시간 열정과 전문성을 가미한 컬렉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기증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꼽았다.
1950년대 제작된 가로 568㎝ 대작이다.
조선백자를 들거나 머리에 인 여인들, 꽃과 새 등 작가가 즐겨 그린 소재들이 등장한다.
윤 관장은 "김환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대표작"이라며 "경매에 내놓으면 300억~400억원에는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천점 이상 대량 기증은 처음으로, 기존 8천782점에 이번 기증품을 더해 소장품 1만점 시대를 맞게 됐다고 전했다.
모든 기증 작품은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됐다.
공식 명칭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순차적으로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까지 기초 학술조사를 하고,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도록 발간을 시작으로 학술행사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7월 덕수궁관 전시서 첫선…8월부터 서울관 특별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이중섭의 '흰 소'(1953~54), 청전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 등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존하는 이중섭의 '흰 소'는 약 5점뿐이다.
소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흰색은 조선인의 색으로 인식돼 더 상징성이 크다.
기증 작품은 1972년 개인전과 1975년 출판물에 등장했으나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는 안중식의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존재만이 알려진 작품이었으나 이번 기증으로 약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역시 1980년대 이후 실제로 보기 어려웠지만, 다시 감상할 기회가 마련됐다.
◇ 근대작가 중심 회화·판화·한국화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은 7일 이 작품들을 포함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의 기증미술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기증품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천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천488점(1천226건)이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다양한 장르 작품이 포함됐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 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30년 이전 출생해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이 약 860점으로 약 58%를 차지했다.
작가별로는 유영국이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등),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으로 집계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증이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1950년대 이전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다.
◇ 8월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기증품에는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의 한국화 대표작이 대거 포함됐다.
이상범의 '무릉도원도' 외에 노수현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대작 '군마도'(1955) 등이 있다.
소장품 구입 예산이 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구하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있다.
근대미술 희귀작이 여러 점 기증된 점도 의의가 있다.
나혜석 작품 진위평가의 기준이 되는 '화녕전작약'(1930년대),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여성 화가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만 전해지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 등이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의 해외 거장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소장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7월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서 도상봉의 회화 등 일부 작품이 첫선을 보인다.
본격적인 공개는 8월부터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 전에서 이뤄진다.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 전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과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기증 작품이 소개된다.
과천관, 청주관에서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지역 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연다.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만점 시대 열려
7일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고가이고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의 대표작 100점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약 1천500점 기증으로 이어졌다"라며 "엄청난 컬렉션이 미술관에 오게 돼 감사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미술관 건립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으로는 미술관은 많을수록 좋다"며 "특별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본부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윤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고미술부터 서양 현대미술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다양성이 특징"이라며 "오랜 시간 열정과 전문성을 가미한 컬렉션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기증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를 꼽았다.
1950년대 제작된 가로 568㎝ 대작이다.
조선백자를 들거나 머리에 인 여인들, 꽃과 새 등 작가가 즐겨 그린 소재들이 등장한다.
윤 관장은 "김환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대표작"이라며 "경매에 내놓으면 300억~400억원에는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천점 이상 대량 기증은 처음으로, 기존 8천782점에 이번 기증품을 더해 소장품 1만점 시대를 맞게 됐다고 전했다.
모든 기증 작품은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됐다.
공식 명칭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순차적으로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까지 기초 학술조사를 하고,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도록 발간을 시작으로 학술행사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