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울대, 장내 세균에서 뇌로 신호 전달 원리 규명…"대사질환 치료 기여"
동물이 필수 아미노산 부족하면 선호 식성으로 바뀌는 원리 밝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성배 교수와 서울대 이원재 교수 연구팀은 동물이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10종은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EAA)으로, 음식물이나 장내 세균을 통해서만 합성할 수 있다.

동물은 장내 세균(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진다.

코알라는 나뭇잎의 섬유질을 직접 소화하지 못하고 장내 미생물이 나뭇잎을 분해해 영양소를 만든 뒤 흡수하는데,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분해할 수 있는 나뭇잎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는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해도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식성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체는 체내 EAA의 결핍을 본능적으로 인지해 EAA를 더 많이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동물에서 어떤 기제가 작동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동물이 필수 아미노산 항상성(외부 변화에 대응해 세포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유지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동물이 필수 아미노산 부족하면 선호 식성으로 바뀌는 원리 밝혀
장내 미생물이 EAA를 만들지 못하도록 초파리에 EAA 결핍을 유도한 결과, 초파리의 장 호르몬인 'CNMa 호르몬'이 장 상피세포에서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위한 아미노산 센서 역할을 하는 효소들이 EAA 부족을 인지해 CNMa 호르몬 발현을 유도한다.

이어 CNMa 호르몬은 장 신경세포 수용체를 자극해 뇌로 신호를 전달, EAA를 선호하는 섭식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장내 세균에서 장, 뇌까지 이어지는 신호 전달이 일어나는 것이다.

동물이 어떻게 체내 EAA 결핍을 인지한 뒤 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유도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한 최초의 연구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제1 저자인 김보람 KAIST 박사는 "장내 미생물-장-뇌 축을 통해 아미노산 결핍을 인지하는 원리를 처음으로 밝혔다"며 "초파리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에서도 같은 경로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동물의 식성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성배 교수는 "동물의 비정상적인 섭식 행동으로 인한 비만이나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지난 5일 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