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다친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진료…또 하나의 가족 역할" 사무실 한쪽을 가득 채운 카네이션. 어지럽게 놓인 선물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전북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전주의료사협) 조합원들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위치한 전주의료사협은 한의원과 치과를 운영하며 지역주민 누구나 적절한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단순히 몸을 다친 사람을 진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독하게 홀로 살며 마음을 다친 노인들 역시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쓸쓸함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정신건강'에도 신경 쓰다 보니 전주의료사협에 어버이날은 중요한 날 중 하나다.
가족들이 모이는 어버이날 더 쓸쓸할 노인들을 위해 전주의료사협은 생협과 사회경제센터 등의 후원을 받아 도시락과 카네이션 화분을 준비했다.
조합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어버이날인 8일 150여 가구를 방문해 준비한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고선미 전주의료사협 전무이사는 "선물을 미리 전해도 좋겠지만, 어버이날 당일이 되면 또 마음이 헛헛해지기 때문에 가능한 토요일에 카네이션을 전달하려고 한다"며 "다행히 많은 조합원과 봉사자분이 주말인데도 흔쾌히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주의료사협이 방문하는 가정들은 소득 수준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부양자가 있거나 작은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외로움의 크기는 소득 수준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 부양이 당연시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녀가 있더라도 쓸쓸함을 느끼는 노인들이 많다.
고 전무이사는 "'누군가와 일주일에 전화 딱 한 통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많다"며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바빠 부모를 더 신경쓰지 못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노인과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의 생일에는 전주의료사협 조합원이나 자원봉사자가 직접 꽃다발과 케이크, 미역국을 준비해 가정으로 간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면 '이런 건 난생처음 해본다',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것 같다'며 조합원들의 손을 꼭 잡는 노인들도 많다.
그럴 때면 조합원이 늘지 않거나 후원비가 없어 존폐 위기까지 갔던 옛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2004년 생활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전주의료사협은 이익이 없어 조합 해체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지역공동체가 바탕이 된 건강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합을 기꺼이 운영해 나갔다.
그 결과 현재는 전주시와 통합 돌봄 사업을 함께할 정도까지 성장했다.
통합 돌봄 사업은 60세 이상의 '건강지킴이' 두 명이 1주일에 한 번씩 70∼80대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가구를 찾아가 혈압과 혈당, 체온을 확인하며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일주일 간 식사는 잘했는지, 변비에 걸리진 않았는지, 외출은 몇 번이나 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건강지킴이의 일이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르면 전주의료사협 의료진과 연결해 진료받도록 한다.
고 전무이사는 "모두의 부모였던 노인들이 자식이 있어서 혹은 없어서 모두 외롭게 홀로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의 쓸쓸함을 방치하면 큰 사회적 비용이 되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노인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