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69)가 5·18을 다룬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로 관객들을 만난다.
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안성기는 5·18을 앞두고 오는 12일 영화를 개봉하는 소감을 묻자 "그때 아픔이 아직도 우리한테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며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대리기사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채근의 괴로움에는 광주의 그 날 이후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딸, 당시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며 산을 헤매는 백발의 노인 등 5·18의 아픔을 지닌 광주 시민들이 얽혀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하룻밤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안성기는 이 영화의 투자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출연비도 받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주제는 무겁지만, 드라마로서 완성도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주저 없이 참여했다"며 "투자 참여는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워낙 적은 예산으로 하다 보니 이정국 감독과 같이하게 됐다"고 출연과 투자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안성기는 영화계 대선배로 그동안에도 이번 영화처럼 예산이 적은 영화에 출연하거나 투자에도 참여해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선배로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끌림이 섞여 있다고 했다.
안성기가 연기한 채근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점잖은 얼굴에는 죄책감, 분노 등 복합적인 감성이 배어있다.
채근은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살 가치가 없는 것 아니에요?", "책임자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잘살고 있는데 화 안 나세요?"라며 직설적인 대사를 단호하게 내뱉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에는 독백을 통해 '반성'이라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복수까지 가려면 감정이 단계적으로 쌓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행위에 대한 설득력이 있어야 감정이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분하고 절제하면서 연기를 했죠. 마지막 독백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에요.
복합적인 감정을 섞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64년간 꾸준히 연기 인생을 걸어오며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오랜 기간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을 묻자 "영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해본 적도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냥 운명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고,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늘 고맙죠. 앞으로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루하루 굉장히 정성 들여서 하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린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고, 그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
안성기는 지난해 10월 병원에 입원해 건강 이상설이 돌았지만,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영화 촬영을 하며 고등학생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액션 장면도 대역 없이 소화하기도 했다.
그는 "액션 연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짧지만 강력한 액션이었는데 잘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며 "요새 컨디션은 아주 좋고, 그 전처럼 잘 지내고 있다.
먹는 것도 굉장히 잘 먹고 운동도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드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명량'(2014)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이순신 역을 떠올리며 '10년만 젊었으면 내가 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아쉬움은 있죠. 그런데 나이가 드는 거야 잘 받아들여야 하고,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액션영화는 무리가 있겠지만, 영화 중간에 액션이 조금 들어간다면 마다할 필요가 없겠죠." 그런 그에게 최근 윤여정이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는 듯했다.
윤여정의 수상에 대한 감회를 묻자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며 같은 한국 영화인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동안 쌓아온 우리 영화의 역량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영화인들을 보면 굉장히 역량이 뛰어나요.
이제 시대를 만나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잘해야겠지만 이런 분위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