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에서 직원 10여 명을 두고 잡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 특성상 기존 직원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새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구할 수 없어서다. 그는 “요즘 이런 공장엔 오려는 사람이 드물다”며 “코로나19 탓에 비자 받아 들어온 외국인이 없어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의 업종도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 IT부품업체 사장은 “그동안 빠른 납기가 경쟁력이었는데, 평일 철야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제품 납기가 지연되고 해외 판로도 끊길 우려가 커졌다”며 “외국 바이어들이 중국 대만 등으로 거래처를 돌리면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19년 기준 51만6000곳, 종사자는 555만2000명에 달한다. 이미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50~299인 사업체가 2만7232곳, 종사자 28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용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국내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은 13만6000개 사업장의 근로자 169만1000명이 주 52시간제 범위에 포함된다. 전체 제조업 근로자의 36%에 이른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영세한 50인 미만 제조업체는 주 52시간제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