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원 주소기재 오류로 판결 미송달…항소기회 줘야"
법원에서 주소를 제대로 적지 않아 판결문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항소 기간이 지났더라도 항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를 청구한 이집트인 A씨의 상고심에서 항소기간을 넘겼다며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20년 2월 인천지법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법원은 변론기일·선고기일 통지서, 판결문 등 재판 서류들을 A씨에게 보내면서 주소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주소 불명으로 송달되지 않았다.

법원은 2020년 5월 판결문을 공시송달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에게 소장 전달이 어려울 때 관보 등에 송달 사유를 게시하면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뒤늦게 패소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2020년 8월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스스로 소장을 제출했고 변론 절차를 진행한 만큼 원고에게는 소송의 진행 상황을 조사하고 선고 결과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항소 제기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 원고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정확한 주소로 판결문을 보내지 않은 만큼 송달이 위법하다며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적극적으로 재판 상황을 알아보지 않았다고 해도 원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제기한 추후 보완 항소는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