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사면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공개적으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송영길 체제' 출범 전부터 갈등을 이어오던 '친문'-'비문' 간의 '문자 폭탄' 논란이 아닌 새로운 갈등 국면이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여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들이 이 부회장 사면론에 군불을 때고 있는 가운데 개혁적 성향이 강한 여당 내 법조계 출신 인사들은 의견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통' 이원욱·양향자, 연이어 사면 힘 싣기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의 '이재용 사면'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반도체의 수급 상황, 미국에 대한 투자,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이 강력히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매우 불안하고 반도체 위기를 온 국민이 극복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 국민들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좀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서 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삼성전자 출신의 양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반도체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 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한 이 부회장의 조건부 사면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양 의원이 '조건부 사면론'을 꺼낸 것과 달리 이원욱 의원은 "강력하게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펼치며 한발 더 나아간 상황. 이에 여당 내 법조계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감지됐다.

판사 출신 이탄희, 공개적으로 사면 반대 표명

판사 출신의 이탄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고 나선 이원욱 의원의 기사를 공유하며 '사면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당내 중진 이원욱 의원을 상대로 초선인 이탄희 의원이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 그는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라며 ''법 앞에 평등'. 실제로 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이 같은 민주당 내부의 갈등을 두고 이제 시선은 송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대선 국면을 맞이한 만큼 이 부회장 사면을 둘러싼 대선 후보군들의 발언도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송 대표가 어떠한 리더십을 보일지 주목을 받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가 '경제통'들과 법조계 출신 인사들 간의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라며 "결정이 난다면, 특히 사면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송 대표가 총대까지 메며 청와대에 의사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 주요 일지 /그래픽=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 주요 일지 /그래픽=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